□ 시근종태 인지상정 원신종여시
단종부터 성종에 이르기까지 4명의 왕을 모시고 권력의 정점에 있었던 한명회, 그의 흔적은 오늘날 압구정에도 남아 있을 정도이나 그도 말년에는 사위인 성종의 견제를 받고 울화병에 걸려 시름시름 하던 차에 왕의 문의를 받고 일생을 정리하는 글귀를 남겼다고 하는데 그것이 곧, 始勤終怠 人之常情 原愼終如始(처음에 부지런하고 나중에 게으른 것이 사람이면 누구나 가질 수 있는 보통의 마음이나 감정이니 원컨대 나중에 삼가기를 처음과 같이 하소서) 였다.
※ 한명회[韓明澮, 1415~1487]
본관 청주(淸州). 자 자준(子濬). 호 압구정(狎鷗亭)·사우당(四友堂). 시호 충성(忠成). 장순왕후(章順王后:睿宗妃)·공혜왕후(恭惠王后:成宗妃)의 아버지.
계유정난 때 수양대군을 도왔으며 사육신의 단종 복위운동을 좌절시키고, 그들의 주살에 적극 가담하여 좌승지를 거쳐 도승지에 올랐다. 이조판서, 병조판서, 우의정, 좌의정을 거쳐 영의정에 올랐다.
※ 신종여시(愼終如始)
좋아하는 말 중에 ‘처음처럼, 한결같이’라는 말이 있다. 노자 <도덕경>에 보면 愼終如始(신종여시)란 말이 나온다.
民之從事(민지종사)는 常於幾成而敗之(상어기성이패지)라!
사람들이 일을 하면서 이 정도면 됐겠지 라고 말하면서 일은 망치게 되는 것이다.
愼終如始(신종여시)하라!
그러니 마칠 때 까지 한결같은 마음으로 초심을 잃지 마라!
則無敗事(즉무패사)라!
그러면 일을 망치지 않을 것이다.
<설원>이란 책에 보면 관직도 지위가 좀 높아졌을 때 검은 유혹에 흔들리게 되고, 병도 조금 차도가 있을 때 심하게 되며, 재앙도 방심하고 타성에 젖었을 때 갑작스럽게 다가온다고 한다.
<서경>이란 고전에도 ’처음처럼 한결같이‘ 라는 구절이 있다.
愼終于始(신종우시)!
처음처럼 늘 한결 같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