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세개탁(擧世皆濁)
올해의 사자성어로 거세개탁(擧世皆濁)이 선정되었습니다.
직역하면 온 세상이 혼탁하다는 의미이고, 좀 더 심하게 표현하면 온 세상이 썩었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이 문구는 굴원(屈原)의 어부사(漁父辭)의 일부분입니다.
원문은 이러하지요.
擧世皆濁 我獨淸(거세개탁 아독청)
衆人皆醉 我獨醒(중인개취 아독성)
모든 세상이 다 흐려있는데 나 혼자만 깨끗하고
모든 세상이 다 취해있는데 나 혼자만 깨어있다.
굴원이 조정에서 쫓겨난 이유를 스스로 변명하고 있는 대목입니다.
거세개탁에는 세상을 향한 한탄의 외침은 들어 있지만 미래를 보고 비전을 세울 희망은 들어있지 않습니다. 아독청(我獨淸)까지 써야 그나마 한 줄기 빛을 볼 수 있는 것이지요. 어떤 집단이 모여서 단 네 글자로 세상을 정의한다는 것은 사실 말이 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세상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도 간단하지도 않기 때문이지요. 최고의 지성인들이 모인 집단에서 나온 이야기인데 긍정의 메시지가 없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사회의 리더일수록 희망적인 이야기로 세상을 선도할 필요가 있는 것인데 말입니다.
이 글의 원문인 어부사는 굴원이 멱라수에 몸을 던지기 전에 지은 글이라 추정하고 있습니다. 비록 물고기 뱃속에 장사되었을지언정 세상을 향한 그의 마지막 외침은 어쩌면 희망이었을지도 모릅니다.
그 글의 말미는 이렇거든요.
滄浪之水淸兮 可以濯吾纓(창랑지수청혜 가이탁오령)
滄浪之水濁兮 可以濯吾足(창랑지수탁혜 가이탁오족)
창랑의 물이 맑으면 내 갓끈을 씻으면 되고,
창랑의 물이 흐리면 내 발을 씻으면 될 것을........
*창랑의 물(滄浪之水)이란 세상이 돌아가는 세태를 의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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