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묵의 ‘한시 마중’]
□ 불면의 밤
긴긴 밤 잠 못 들어 자주 등불 밝히고
屛風 너머 게으른 종놈 얄미워 불러보네.
忽然 이웃에서 닭이 쉴 새 없이 울기에
그제야 내 마음이 爽快해짐을 알겠구나.
- 鄭侙, 긴긴 밤 잠을 우리지 못하였는데 침상 곁에서 갑자기 닭 울음소리가 들리기에 기뻐서 짓다 -
永夜無眠數點燈(영야무면삭점등)
屛間懶僕喚生憎(병간나복환생증)
忽聞膊腷鄰雞唱(홀문박픽인계창)
更覺靈臺爽氣淸(경각영대상기청)
- 鄭侙, 永夜無眠 枕上忽聞雞鳴 喜賦 -
> 數: 자주 삭, 셈할 수, 촘촘할 촉
> 點燈: ①등심지에 불을 켜 당김 ②등에 불을 켬
> 生憎: 미움. 밉살스러움
> 膊腷: 홰치는 소리
> 靈臺: 마음
> 爽氣: 매우 상쾌(爽快)한 기분
肅宗 年間의 文人 조태채(趙泰采)는 ‘노쇠함을 탄식하며(歎衰)’라는 詩에서,
病든 齒牙 있은들 몇 個나 되겠는가?
시든 白髮 나날이 빠지니 몇 가닥 남았나?
앉으면 늘 졸음이 쏟아져 잠 생각만 懇切하고,
일어날 때 허리 짚고 아이쿠 소리를 지른다.
病齒時存凡幾箇(병치시존범기개)
衰毛日落許多莖(쇠모일락허다경)
坐常垂首惟眠意(좌상수수유면의)
起輒扶腰自痛聲(기첩부요자통성) 라고 하였습니다.
> 輒: 문득 첩
나이가 든 분이라면 이 句節에 절로 共感이 갈 겁니다.
또 19世紀 前後한 時期의 文人 이복기(李福基)는 ‘老年이라 잠자는 일이 잘 되지 않아, 초저녁엔 꾸벅꾸벅 깊은 밤엔 말똥말똥(老年寢事未全成 初夜昏昏後夜淸)’이라 하였는데, 낮에는 늘 꾸벅꾸벅 졸다가 정작 남들이 다 자는 밤에는 잠을 이루지 못하는 것 亦是 피해갈 수 없는 老化 現狀입니다.
정칙(鄭侙·1601∼1663)이라는 文人은 老年에 不眠의 밤을 자주 보냈습니다. 잠을 이룰 수 없어 燈盞불을 껐다 켜기를 몇 番이나 反復합니다. 옆방에서 便히 코를 골고 자는 下人이 얄미워서 시킬 일도 없으면서 괜스레 불러 깨워봅니다. 그렇게 뒤척이다 어느새 새벽 닭 울음소리가 들리고 窓이 훤해집니다. 이보다 더 반가운 일이 없습니다. 이 분은 生의 마지막 作品으로 비슷한 題目의 詩를 지었는데,
늘그막에 閑暇하여 일이 없기에,
歲月이 오고 가는 것 살펴보노라.
窓門 하나 밝았다 어두워지는 사이에,
그저 百年 人生 바삐 감을 알겠네.
老去閒無事(노거한무사)
光陰閱往來(광음열왕래)
一窓明暗裏(일창명암리)
惟覺百年催(유각백년최) 라 하였습니다.
누워서 멍하게 窓밖을 내다보는 그의 쓸쓸한 눈길이 느껴져 서글퍼집니다.
※ 정칙(鄭侙)
1601(선조 34)∼1663(현종 4). 조선 후기의 학자. 본관은 청주(淸州). 자는 중칙(仲則), 호는 우천(愚川) 또는 와운옹(臥雲翁). 안동출생.
아버지는 예조참판에 증직된 사신(士信)이며, 어머니는 영춘 이씨(永春李氏)로 관찰사 광준(光俊)의 딸이다. 광해군의 폭정을 비관하여 과거응시를 포기하고 글만을 읽다가, 1627년(인조 5) 진사가 되고 이어서 참봉에 올랐다. 1636년 병자호란 직전에 〈논시사언죄 論時事言罪〉를 지어 국가의 장래를 걱정하였는데, 경상좌도의 병영 이전 등 7개항의 시폐를 개혁할 것을 요구하고, 왕도정치를 시행해야만 나라가 평안하고 백성도 안락을 누릴 수 있다고 주청하였다. 청나라와 강화가 이루어지자 대명절의를 부르짖고 향리로 돌아가 우천정(愚川亭)을 지어서 후진육성에 심혈을 기울였다. 저서로는《우천문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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