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굴대신小屈大伸, 조금 굽혀 크게 편다. 잠욕구영暫辱久榮, 잠깐 욕되고 오래 영예롭다. 조금 굽히고 잠깐 욕됨을 참아야 비로소 큰일을 할 수 있는 경륜과 역량이 깃든다. 세상은 전부 아니면 전무라며 사생결단하고 싸운다. 너 죽고 나 죽자는 싸움은 어느 한쪽이 죽어도 끝나는 법이 없다. 남북의 다툼도 여야의 싸움도 대신大伸의 의욕만 넘치지 소굴小屈의 물러섬이 없다. 한번 물러서면 완전히 지는 것으로 아는 대통령, 너도 한번 당해보라며 오기만 키우는 야당, 임명자의 당부에도 뜻을 꺾지 않는 장관. 굽혀야 뻗고 물러서야 내달으며 양보할 때 더 얻는 소굴대신의 이치는 아무도 돌아보지 않는다.
위의 내용이 담긴 신문 칼럼(조선일보, 정민의 세설신어)을 읽다가 혼란스러운 정국에 생각이 미쳤다. 누구의 책임이 가장 큰가? 지옥의 가장 고통스러운 장소는 위기의 순간에 중립만을 지킨 사람들을 위해 예약돼 있다는 말도 있으므로, 양비론兩非論을 펴지는 않기로 한다.
요즘 나라 돌아가는 꼴을 보면 사사건건 대립과 증오뿐이다. 너와 나를 편가르는 진영논리만이 음험한 유령 모양 세상을 뒤덮고 있다. 누가 문제를 풀어야 하는가. 권력을 쥐고 있는 대통령부터 마땅히 풀어야 한다. 힘 있는 자가 가진 것을 내놓으면 양보가 되지만 반대자 입장에서는 패배가 되는 법 아니던가. 반대 의견을 듣고, 그에 따른 사리를 분간하고, 필요하다면 양보하고 타협하여야 한다. 누가 옳은가가 아니라 무엇이 옳은가를 헤아려야 한다. 그래야 물꼬가 트인다. 그런데, 그럴 기미가 전혀 안 보이니 딱하다. 벽창호도 이런 벽창호가 없다. 대한민국이 5년 단임제 대통령제도를 택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저 위안으로 삼아야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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