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조한강설(獨釣寒江雪)
은둔하며 사는 낚시꾼의 삶을 말하는 것으로 당대의 오언절구의 절창으로 꼽히는 유종원(柳宗元)의 ‘강설(江雪)’이란 작품에 나온다.
千山鳥飛絶 온 산에 새 날지 않고
萬徑人踪滅 온 길에 사람 발자취 없는데
孤舟蓑笠翁 외로운 배엔 도롱이에 삿갓 쓴 노인
獨釣寒江雪 홀로 낚시질하는데 차가운 강엔 눈이 내린다
이 시를 읽으면 쪽배에 도롱이 입고 삿갓 쓴 늙은이가 눈 내리는 가운데 낚시질하는 모습이 한 폭의 그림을 펼쳐 놓은 듯 떠오른다. ‘온 산(千山)’과 ‘온 길(萬徑)’로 광활한 정경이 펼쳐지지만, 이 시어들은 ‘외로운 배(孤舟)’와 ‘홀로 낚시질한다(獨釣)’는 것과 대비되어 고독을 유발하며, ‘절(絶)’과 ‘멸(滅)’은 세상의 절대적 고요와 평화를 체감하게 한다. 전반부가 정적으로 초연하고 고고한 경지를 느끼게 해주었다면, 후반부는 눈과 노인을 등장시켜 동적으로 이끌어 가고 있다. 노인의 주변은 눈으로 뒤덮였고, 산도 길도 새하얗다. ‘눈(雪)’은 순결과 탈속한 경지를 암시하며, ‘차가운(寒)’은 정치적 고뇌와 갈등을 거듭해 왔던 작자 내면의 고독을 의미한다.
‘한강설(寒江雪)’은 이 시의 화룡점정이다. 그리고 온갖 세상의 풍파를 겪어온 작자의 마음이 바로 ‘독조(獨釣)’라는 시어에 오롯이 녹아 있다. 이는 유종원이 총명한 어린 시절을 거쳐 나이 서른에 감찰어사(監察御史)가 되었고, 정치 개혁에도 적극 가담하였다가 실패하여 영주사마(永州司馬)로 귀양 갔다가 다시 유주자사(柳州刺史)로 옮기는 등 부침이 심한 삶을 살았던 것과 관련된다.
치열한 삶을 보낸 회한이 이 시에 녹아들어 있는 듯하다. 낚시질하는 노인으로 표상되는 시인은 세상의 속됨을 벗어나 그저 늘 변함없는 자연과 동화되고자 한다. 담담하고 그윽하며 청아한 모습으로 말이다.
김원중 / 건양대 중국언어문화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