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九曲珠와 蜜蟻絲 : 뽕 따는 여인과 공자
내가 왜 이 세상에 왔는가? 하는 물음이 강했던 사람들은 집을 나와서 세상을 돌아 다녔다. 돌아 다니는 것 그 자체가 큰 공부였다. 불가의 승려들은 이를 운수행각이라고 한다. 등에 바랑만 하나 짊어지고 구름과 물처럼 세상을 정처없이 돌아다닌다는 의미이다. 孔子는 성인이다. 그런 그가 어느날 그만 실수를 하고 말았다. 孔子가 제자들을 거느리고 周遊天下(주유천하) 도중, 송나라, 광(匡)나라 땅을 지나가는데 길가에서 뽕따는 한 여인을 보았다. 얼핏 보니 아주 못생긴 여자였다. 공자가 그녀를 보고 무심결에 그만 “정말 못 생겼군” 하고 차마해서는 안 될 말을 내뱉고 말았다. 내심 후회하였지만 못 들었으려니 하고 그냥 지나갔다.
그 여인은 내색하지 않고 뒤처져 따라오는 공자의 제자 자로에게 말을 걸었다.
“앞에 가는 저분은 뉘시오.”
“저분이 천하의 성현이신 공자님이시오”하고 말했다.
그 여인은
"당신 스승에게 가서 이르시오. 내 비록 못생겼지만, 그래도 쓸데가 있다오. 그러니 어려운 일을 만나거든 나를 찾아오시라고 말이오."
이 말을 들은 자로는 여인의 말을 한쪽 귀로 흘러들었다.
얼마쯤 가다가 공자 일행이 광나라 땅에 이르니 공자 일행을 전의 악정자 양호(陽虎)로 오인하여 일행을 둘러싸고 보복 폭행하려 하였다. 형세가 매우 위험하게 되자 자공(子貢)이 나아가 이 분이 성현이신 공자님이시라고 마을 사람들을 설득하였으나 그들이 도무지 믿지 아니하였다. 그럼 이 분이 현인이나 성인임을 증명해 보이라고 구슬 한 개를 꺼냈다.
“이 구슬을 실에 꿰어 보아라. 그러면 진짜 성인이요 못 꿰면 가짜다.”
공자가 구슬을 받아 보니 구멍이 꼬불꼬불 아홉 굽이로 뚫려 있는 데(九曲珠), 아무리 실을 꿰려고 해도 도무지 무슨 뾰족한 수가 없었다. 생명의 위협을 받는 다급한 상황에서 제자들이 백책을 꾀했으나 소용이 없었다. 급박한 순간이었다.
궁하면 통한다고 문득 그때 자로가 아까 뽕 따던 여인의 말이 생각나서 그녀가 하던 말을 스승에게 고했더니 공자가 머리를 숙이고 생각하다가 말했다. "음, 내가 실수하였다. 어서 가서 그 여인에게 사과하고 물어 보아라.“
자로가 광나라 사람들이 에워싼 것을 뚫고 나가 그녀의 집을 찾아 가서 간곡히 사과하면서 구슬 꿰는 방법을 알려달라고 애걸하였다.
"그만한 지혜도 없으면서 자칭 성인이라고 주유천하를 한단 말이요? 게다가 함부로 여인을 흉보고 비웃다니 그 무슨 성인이랄 수 있겠소?"
여인의 면박에 자로가 어쩔 줄을 모르고 그저 사과만 연발하고 있는데 드디어 여인이 필묵을 내어 글 몇 자를 적어 건넨다. 자로는 그 글을 가슴에 품고 가 스승에게 바쳤다.
공자가 펼쳐 보니
蜜蟻絲(꿀 밀, 개미 의, 실 사)라는 세 글자가 적혀 있었다. 한참을 바라본 공자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자로에게 명하여 수풀에 가서 꿀과 개미를 구해 오라 일렀다.
아홉 구비로 굽은 구멍에 꿀물을 부어 넣고 개미 허리에 명주실을 매어 한쪽 구멍으로 개미를 밀어 넣었다. 한참 뒤에 개미는 꼬불꼬불한 아홉 굽이를 감돌아 반대편 구멍으로 머리를 내밀었다. 자로가 실로 꿰인 구곡주를 가지고 나가 광나라 사람들에게 보여주었다.
이 것을 본 마을 사람들은 이분이 성인임에 틀림없다고 하며 구금을 풀어 주었다. 그 여인의 덕분에 공자는 위기에 벗어날 수 있었다. 공자는 제자들에게 말했다. 비범한 여인이로다. 정말 아름답구나 하고 공자는 크게 뉘우치며 제자들에게 三思一言과 三思一行을 가르쳤다.
‘말 하기 전에 세 번 생각하고 행동하기 전에 세 번 생각하라’는 뜻으로 말과 행동을 조심하라는 의미이다. 그리고 사람의 외모나 지위 곧 걷 모습만 보고 가벼이 평가해서는 않된다는 교훈이다. 그 후 공자는 배우고 묻는 일에는 나이나 신분에 관계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를 두고 不恥下問(불치하문, 아랫 사람에게 묻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는다)이라 한다.
三人行이면 必有我師(세 사람이 가면 그 가운데 내 스승이 있다)라 하지 않던가. 이 이야기는 교훈을 위한 우화로 후세 글 쓰는 이의 주관에 따라 그 내용이 조금씩 다르게 전하여 진다. 공자의 지혜로 직접 꿰었다는 이야기도 있고 뽕따는 여인으로부터 “꿀을 두고 은밀히 생각해 보시오”하는 암시만 듣고 꿰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하지만 공자가 스스로 꿰었다는 것 보다는 시골 아낙의 지혜를 빌어 꿰었다는 것이 더 멋있고 인간적인 맛이 나지 않겠는가?
❊ 九曲珠 : 아홉 구비로 굽어진 구멍이 뚫린 구슬
❊ 蜜蟻絲 : 구곡의 구멍에 꿀을 넣고 개미의 허리에 실을 매어 놓으면 개미가 꿀을
먹으면서 구멍을 통과 한다
❊ 三思一言과 三思一行 : 세 번 생각 후 말과 행동을 하라
❊ 三人行이면 必有我師 : 세 사람이 가면 그 가운데 내 스승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