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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화(舌禍)

seongsoo 2010. 9. 23. 02:06

설화(舌禍)

중국 동진(東晉,317~420)의 9대 왕 사마요는 술김에 애첩 장귀인에게 "당신도 이제 늙었군.진작 내칠 걸"이라고 말했다.

놀라고 발끈한 장귀인은 잠든 왕에게 이불을 덮어씌워 질식사시킨 뒤 도망쳤다.

일국의 제왕이 농담 한 마디 때문에 어이없는 죽임을 당한 셈이다.

태조 이성계와 함께 조선을 건국한 정도전의 비참한 말로 역시 설화(舌禍)란 주장도 있다.

세자 책봉 싸움에서 패한 게 원인으로 돼 있지만 실은 그 전에 술만 마시면 "한고조 유방이 장자방을 쓴 게 아니라 장자방이 한고조를 쓴 것이다"라고 떠든 게 화를 불렀다는 것이다.

말은 이렇게 무섭다.

무심코 했든,작정하고 했든 그 말이 상대에게 비수가 되어 꽂히면 이후 일어날 일은 아무도 알 수 없다.

그래서인가. 동서고금의 말조심에 대한 경고는 이루 다 열거하기 어렵다.

'미련한 자의 입은 멸망의 문이 되고 입술은 영혼의 그물이 되느니라.'(성경 잠언)

'험담은 살인보다 위험하다. 살인은 한 사람만 죽이지만 험담은 세 사람을 죽인다. 퍼뜨린 사람,듣는 사람,험담의 대상이 된 사람이 그것이다. '(탈무드).

'논어'에 나오는'삼복백규(三復白圭,백규를 하루 세 번 반복하다)'와 사불급설(駟不及舌,네 필 말이 끄는 수레의 속도도 혀에 미치지 못한다)이란 말도 있다.

백규는'시경(詩經)'의 한 구절로'흰 구슬의 티는 갈아서 없앨 수 있지만 말의 흠은 어찌 할 수 없다'는 뜻이다. 또 당나라 말기
부터 11명의 천자를 섬긴 재상 풍도는 '설시(舌詩)'에서 "입은 화의 문이요,혀는 몸을 베는 칼(口是禍門 舌是斬刀身)"이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자나깨나 말 조심을 해야 하는 건 누구나 마찬가지다.

몸의 상처는 시간이 흐르면 아물지만 말로 인한 마음의 상처는 영원히 아물지 않는 수도 많다.

불교'잡보장경'의 무재칠시(無財七施,재산 없이도 베풀 수 있는 7가지 보시)에 '언시(言施,부드럽고 다정한 말로 상대방을 감동시키고 즐겁게 한다)'가 들어있음을 잊지 말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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