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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마(駙馬)

seongsoo 2012. 10. 25. 09:31

[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

부마(駙馬)

- :곁말 부 :말 마 -

 

부마란 본래 왕의 행차에 여벌로 준비한 예비용 수레인 부거(副車)를 끌던 말을 뜻하는 것이었다.

 

동진(東晉)의 간보(干寶)가 편찬한 설화집 수신기(搜神記)’ 16에 이런 내용이 있다.

 

전국시대 농서((,)西) 땅에 신도탁(辛道度)이라는 젊은이가 살고 있었다. 그는 학문이 뛰어난 스승을 찾아 옹주(雍州)로 향했는데 불과 4, 5리를 앞두고 날이 저물어 갈 수가 없었다. 하룻밤 묵을 곳을 찾다가 큰 기와집을 발견하고 다가가 문을 두드리고는 묵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방으로 안내된 그에게 주인 여자의 말은 이랬다.

 

저는 진()나라 민왕(閔王)의 딸로서 조()나라로 시집갔다가 남편과 사별한 지 23년이 되었습니다. 오늘 당신이 찾아 주셨으니 저와 부부의 연을 맺어 사흘만 머무십시오.”

 

사흘이 지난 날 아침에 그 여자는 어두운 얼굴로 신도탁에게 말했다.

 

당신은 산 사람이고 저는 귀신입니다. 함께 더 있고 싶지만 사흘 밤 이상 머무르면 재앙이 생기게 됩니다.”

 

그러고는 금베개를 하나 주고는 작별 인사를 하였다. 신도탁은 대문을 나선 다음 발길이 떨어지지 않아 뒤를 돌아보았다. 그런데 큰 기와집은 온데간데없고 무덤 하나가 있을 뿐이었다. 신도탁은 놀라 도망치듯 그 자리를 떠났다. 한참 내달리다 멈춰 서서 가슴을 보니 자신의 품에 금베개가 여전히 있는 것 아닌가.

 

진나라에 도착한 신도탁이 팔려고 내놓은 금베개를 마침 시장을 지나던 진나라 왕비가 발견하고는 갖게 된 경위를 추궁하였다. 신도탁은 그간의 정황을 빠짐없이 말했지만 왕비는 믿지 못해 공주의 무덤을 파 보도록 했다. 무덤을 파고 관을 열어 보니 다른 부장품은 다 있는데 금베개만 없어졌고, 시신을 조사해 보니 부부의 정을 나눈 흔적이 완연했다. 그러자 왕비는 이렇게 말했다. 내 딸이 죽은 지 23년이 되었으나 산 사람과 정을 통했으니 이 자야말로 진정한 사위로구나라고 하고는 부마도위로 임명하고 많은 보물을 주었다.

 

김원중 건양대 중국언어문화학과 교수

 

부마도위 [駙馬都尉] : 왕의 사위에게 주던 칭호.

 

기록으로는 고구려시대인 256(중천왕 9) 왕이 명림홀도(明臨笏覩)를 사위로 삼아 그에게 부마도위라는 칭호를 준 것이 처음이다.

 

조선시대에 들어와서 문종은 부마에게 봉작을 받은 주(()의 이름을 앞에 붙여 '○○()'라고 부르게 했다. 부마들의 관리 관청으로 초기에는 부마부(駙馬府)를 두었다가 1466(세조 12)에 의빈부(儀賓府)라 고쳤다. 그리고 부마들은 모두 품계(品階)의 구별 없이 의빈이라 했는데, 신분의 높고 낮음을 구별할 수 없어 1484(성종 15)에 의빈 2품 이상을 (), 3품 당상(堂上)부위(副尉), 3품 당하(堂下)에서 4품까지를 첨위(僉位)라고 부르게 했다. 동시에 공주에게 장가든 사람에게는 종1품의 위를, 옹주에게 장가든 사람에게는 종2품의 위를 주었고, 왕세자의 적녀(嫡女)군주(郡主)에게 장가든 사람에게는 정3품의 부위를, 왕세자의 서녀(庶女)현주(縣主)에게 장가든 사람에게는 종3품의 첨위를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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