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長恨歌/白居易
양귀비와 당현종의 비극적인 사랑은 그 뒤 문학작품의 제재가 되었고, 백거이의 《장한가(長恨歌)》을 비롯하여 후세에까지 많은 시·희곡·소설이 만들어졌다.
양귀비는 정사(正史)에서도 그녀를 "자질풍염(資質豊艶)"이라 적을 만큼 절세(絶世)의 풍만한 미인으로써 가무(歌舞)에도 뛰어났고 군주(君主)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총명을 겸비하였다고 한다.
이백(李白)은 그녀를 활짝 핀 모란에 비유했으며 백거이(白居易)는 귀비와 현종과의 비극을 영원한 애정의 곡(曲) 즉, [장한가(長恨歌)] 로 노래하니 그녀와 당현종은 중국 역사상 가장 낭만적인 주인공이 되었다.
그럼 당현종과 양귀비의 사랑을 표현한 백락천의 장한가(長恨歌)를 감상해 보기로 하자. 장한가(長恨歌)는 기나긴 한에 대한 노래라는 뜻이다.
◇ 장한가(長恨歌)
한나라 황제는 여인의 미모를 중히 여겨 절세미녀를 바라 왔는데
나라를 다스린지 여러 해가 지났지만 구할 수가 없었네.
양씨 가문에 딸이 있어 이제 갓 장성 하였는데
깊은 규방에서 자라 누구도 알지 못하였네.
타고난 아름다움 그대로 묻힐 리 없어
하루아침에 뽑혀 황제 곁에 있게 되었네.
머리 돌려 한 번 미소 지으면 백 가지 교태가 생겨나
육궁(六宮) 미녀들의 치장한 모습도 그 빛을 잃었네.
봄 추위에 황제가 화청지(華淸池)에서 목욕하게 허락하니
온천물로 부드럽게 기름같이 매끄러운 몸을 씻네.
시녀들에게 부축 받고 일어섰지만
아리따움이 넘쳐 서 있을 힘마저 없어져 보이는데
그 때가 바로 황제의 새로운 사랑이 내리기 시작한 때였다네.
구름 같은 머리, 꽃 같은 얼굴에 금장식은 걸을 때마다 한들거리는데
부용휘장 안은 따뜻하고 봄밤은 깊어만 갔네.
봄밤의 짧음을 한탄하며 해가 높이 떠서야 일어나시니
황제는 이때부터 조회를 거르셨네.
연회 때는 황제모시고 시중들어 한가할 틈 없고
봄에는 봄놀이에 따르고 밤에는 밤을 독차지 하였네
후궁에는 뻬어난 미녀 삼천명이 있었으나
삼천명에게 내려질 사랑 그녀 혼자 받았네.
황금방에서 곱게 치장하고 황제의 밤 시중을 들었고
옥루(玉樓)에서의 잔치가 끝나면 취한 모습이 마치 봄꽃과 같았네.
자매와 형제 모두에게 영토를 하사하시니
마침내 그들의 가문에도 빛이 났네.
이에 따라 세상 모든 부모들의 마음이
아들보다 딸 낳기를 중히 여기게 되었네.
여산의 여궁은 높이 솟아 푸른 하늘의 구름 속에 들어 있고
선계(善界)에서나 있을 듯한 음악이 바람을 타고 곳곳에서 들리네.
느린 가락의 노래와 고요한 춤이 온갖 악기와 어우러지니
황제는 하루 종일 넋 잃고 바라 보았네
돌연 어양(漁陽)의 북소리가 지축을 울리며 몰려오니
예상우의곡(霓裳羽衣曲)은 놀라움 속에 중단되었네.
구중궁궐에 연기와 먼지가 피어오르고
황제일행은 서남쪽으로 피신하게 되었네.
황제의 깃발은 흔들리며 가다 서다 하는데
장안 도성문에서 서쪽으로 백 여리 되는 곳에 이르렀네.
호위하던 육군(六軍)의 군사들이 그녀를 처단하라 움직이지 않으니
황제도 어찌할 줄 모르고
갸름한 눈썹의 미인은 병사들의 발 앞에서 목숨을 끊어야만 하였네.
꽃 비녀 땅에 떨어졌으나 누구 하나 거두는 사람 없고
취교(翠翹), 금작(金雀), 옥소두( 玉搔頭)도 땅에 흩어졌네.
황제는 얼굴을 가린 채 그녀를 구해 주지도 못하고
돌아선 채 두 눈에 피눈물만 물 흐르듯 흘렸네.
누런 흙먼지가 일고 바람은 쓸쓸히 부는데
구름에 걸린 벼랑길을 따라 구불구불 돌아 검각산에 올랐네.
아미산 (峨嵋山)아래에는 지나는 이도 별로 없고
깃발도 빛을 잃고 햇빛도 엷어 졌네.
촉나라 강물은 푸르고 촉나라 산도 푸르건만
황제는 아침에도 저녁에도 그녀만을 그리워하네.
행궁(行宮)에서 달을 보니 달빛에 마음만 더 아프고
비 내리는 밤이면 들리는 방울소리에 애간장이 끊어지네.
천하의 정세가 변하여 황제께서 돌아오게 되셨는데
그 곳에 이르렀을 때에 차마 발걸음 뗄 수가 없었네
마외파(馬嵬坡) 언덕아래 진흙더미 속에는
아름다운 얼굴은 보이지 않고 헛되이 죽은 자리만 남아있네
황제와 신하는 서로 돌아보며 옷깃을 눈물로 적시며
동쪽 장안 도성문을 향해 말에게 길을 맡긴채 돌아가네
황궁에 돌아와 보니 연못도 정원도 옛 모습 그대로이고
태액지(太液池)의 부용(芙蓉)도 미양궁(未央宮)의 버들도 그대로 있네.
부용은 그녀의 얼굴 같고 버드나무는 그녀의 눈썹과 같으니
이들을 대하며 어찌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있으리.
봄바람에 복숭아꽃이며 살구꽃이 피는 날이나
가을비에 젖어 오동잎이 떨어질 때에도
서궁(西宮)과 남궁(南宮) 뜰에 가을 풀 무성하고
낙엽이 섬돌을 덮어 온통 붉게 하여도
쓸어 내지를 않네.
궁전의 악사들도 백발이 성성하고
후궁의 궁녀들 곱던 얼굴도 늙었네.
저녁궁전에 반딧불이 날아들면 마음 더욱 처량하여
외로운 등불 심지가 다 타도록 잠에 들지 못하네.
종소리와 북소리가 느리게만 느껴지고,
밤이 깊다는 것 비로서 알게 되었네
반짝이는 은하수를 보는 중에 새벽은 다가오고
원앙모양의 기와에 꽃 같은 서리가 쌓이는데
싸늘한 비취금침은 그 누구와 덮으리요.
아득하여라, 생사(生死)를 달리한지 몇 년이 흘렀건만
혼백은 꿈속에 조차 나타나지 않네.
임공현의 도사가 도성에 머무는데
치성을 들여 능히 혼백을 불러올 수 있다 하기에
님 그리워 잠 못이루는 황제를 위해
그를 시켜 혼백을 찾게 하였네
허공을 가르고 번개처럼 내달아
하늘로 솟고 땅속으로 들어가 두루 찾았네
위로는 하늘 끝 아래로는 황천까지 찾아 보았지만
두 곳 모두 망망할 뿐 귀비의 혼백은 찾지 못했네.
그 때 갑자기 들려 온 말이 있었으니,
"바다 가운데에 신선산이 있는데
그 산은 아득한 허공 먼 곳에 있으며
누각은 영롱하고 오색 구름 피어 오르는 곳으로,
그 곳에는 아름다운 여러 선녀들이 모여 사는데,
그 중 한 선녀의 이름이 태진(太眞)으로,
눈 같은 살결, 꽃 같은 얼굴이 귀비인 것 같다"고 했네.
황금궁전 서쪽 별당의 옥 빗장을 두드러
소옥선녀에게 이르기를 쌍성선녀에게 알리도록 말 전하네
한나라에서 온 황제의 사신이라는 말을 듣고
화려한 장막 안에서 꿈을 꾸며 자던 혼백이 놀라 깨었네
옷을 들고 베개를 밀치며 일어나 잠시 서성이는 것 같더니
진주 발과 은병풍을 차례로 열어 젖히고
구름 같은 머리 반쯤 흐트러진 채 이제 막 깨어난 모습으로
머리장식 매만지지도 않고 당(堂)에서 내려오네.
바람 부는 대로 옷 소맷자락을 나부끼니
그 옛날 예상우의무(霓裳羽衣舞)를 추던 그녀를 보는 듯 하고,
아름다운 얼굴에 슬픔이 가득하여 눈물을 주르르 흘리니
배꽃 한 가지가 마치 봄비에 젖은 듯 하네.
정을 머금은 채 응시하며 황제에게 감사의 말 전하니
“이별한 후 목소리와 모습, 둘 다 흐려졌어요.
소양전(昭陽殿)에서의 은총과 사랑이 끊어진 후
이 곳 봉래궁에서의 나날은 길고 지루했어요.
머리를 돌려 저 아래 세상을 바라보아도
장안(長安)은 보이지 않고 먼지와 안개만이 보일 뿐입니다.
간직하고 있는 옛 물건으로 저의 깊은 정 나타내고자 하니
여기 자개함과 금비녀를 가져 가십시오.
금비녀 한 쪽과 함 한 쪽을 가지고자
비녀를 둘로 토막 내고 함도 나누었습니다.
우리 마음이 이 금비녀와 같이 굳세다면
하늘 위에서든 인간세계에서든 다시 만나게 될 것입니다.”
헤어질 무렵, 간곡히 다시금 전할 말 부탁했는데
그 말에는 두 사람만이 아는 맹세의 말이 있었네.
"칠월칠석 장생전(長生殿)에서
아무도 없는 깊은 밤에 단 둘이서 속삭이며 하던 말 잊지 마소서.
하늘에서는 비익조(比翼鳥)가 되기를 원하며
땅에서는 연리지(連理枝)가 되기를 바랬었지요.
하늘과 땅이 영원하다고 해도 다할 때가 있겠지만
우리들의 사랑의 한은 끊일 때가 없을 것입니다."
비극으로 끝난 이들의 사랑 이야기는 양귀비가 죽고 50여 년이 지난 서기 806년, 유명한 시인 백거이(백낙천)에 의하여 ‘장한가(長恨歌)’라는 대서사시로 다시 태어나게 된다.
특히 당태종이 칠월칠석날 장생전에서 양귀비의 무릎을 베고 누워 하늘의 별을 쳐다보면서 사랑을 나누는 장면을 노래한 마지막 부분은 유명하다.
※ 참조
- 중국의 전설에 비익조는 눈도 날개도 한쪽만 있는 새다. 암수가 합치지 않으면 날 수 없는 신화 속의 새이다.
- 연리지는 뿌리가 다른 두 나무의 가지가 합쳐 하나가 되어야 만들어지는 나무이다. 그래서 수많은 중국인들의 사랑 이야기에 비익조와 연리지는 단골손님이 된다.
백거이(白居易)가 쓴 장한가(長恨歌)에는 경국지색 양귀비 때문에 나라를 말아먹은 당나라 현종과 양귀비의 세기의 러브스토리가 나오는데 그 중 일부를 보면
臨別殷勤重奇詞(임별은근중기사)
詞中有誓兩心知(사중유서양심지)
헤어질 무렵 간곡히 다시 전할 말 부탁했는데 그 중에는 두 사람만 아는 맹세의 말이 있었다
七月七日長生殿(칠월칠일장생전) 칠월칠석에 장생전에서
夜半無人私語時(야반무인사어시) 밤 깊어 사람 없자 은밀히 속삭였던 말
在天願作比翼鳥(재천원작비익조) 하늘에서는 비익조가 되고
在地願爲連理枝(재지원위연리지) 땅에서는 연리지가 되리라
天長地久有時盡(천장지구유시진) 하늘과 땅도 끝이 있고 시간조차 다함이 있으나
此恨綿綿無絶期(차한면면무절기) 이 한만은 영원히 이어져 끝이 없으리.
※ 長恨歌/白居易
漢皇重色思傾國, 황제는 색을 좋아해 미인을 생각하고
御宇多年求不得。 재위 여러 해 구했지만 구하지 못했네
楊家有女初長成, 양씨집에 한 처녀 커가자
養在深閨人未識。 집안 깊숙히 두고 키워 사람들 알지 못했네
天生麗質難自棄, 하늘이 내린 미모 마음대로 버릴 수 없어
一朝選在君王側。 하루 아침에 선택되어 군왕의 옆에 있게 되었네
回眸一笑百媚生, 눈동자를 돌리며 한번 웃으면 백가지 교태가 생겨
六宮粉黛無顏色。 후궁의 미녀들은 낯빛이 무색해졌네
春寒賜浴華清池, 봄추위에 화청지에 목욕하게 하자
溫泉水滑洗凝脂。 온천수 매끄러운데 하얀 살결 씻었네
侍兒扶起嬌無力, 시동이 부축해 일으키자 힘없이 교태를 보이고
始是新承恩澤時。 이 때가 바로 처음으로 은택을 입을 때였다.
雲鬢花顏金步搖, 둥근 귀밑머리 꽃같은 얼굴 금 머리장식
芙蓉帳暖度春宵。 연꽃 장막이 따뜻하니 봄밤의 일이 헤아려지네
春宵苦短日高起, 밤의 정사 힘들어 짧은 해 높아서야 일어나고
從此君王不早朝。 이후로 군왕은 조회에 일찍 나오지 않네
承歡侍宴無閑暇, 기분맞춰 연회에서 모시니 한가한 틈이 없어
春從春游夜專夜。 봄에는 봄나들이 밤에는 밤일
後宮佳麗三千人, 후궁은 아름다운 삼천명 있었지만
三千寵愛在一身。 삼천의 총애는 오직 한몸에 있네
金屋妝成嬌侍夜, 금 전각에 화장하고 교태로 밤 시중
玉樓宴罷醉和春。 옥 루각 연회 파하면 봄과 함께 취하네
姊妹弟兄皆列土, 자매 형제 모두 높은 자리
可憐光彩生門戶。 가련한 광채가 집안에 생겨나네
遂令天下父母心, 마침내 천하의 부모의 마음마저 움직여
不重生男重生女。 남자아이 중요시하지 않고 딸 낳기를 중시하네
驪宮高處入青雲, 려산의 궁궐 높아 푸른 구름이 들어가고
仙樂風飄處處聞。 신비한 음악 바람에 날려 곳곳에 들리네
緩歌謾舞凝絲竹, 느린 노래 우아한 춤에 거문고와 피리소리 합쳐지고
盡日君王看不足。 날이 다하도록 임금은 보고 즐기지만 끝이 없었다
漁陽鼙鼓動地來, 어양에서 북소리 울리고 땅이 흔들려 오자
驚破霓裳羽衣曲。 놀라서 예상우의곡의 음악은 멈추었다
九重城闕煙塵生, 구중 궁궐에 연기와 먼지 생기고
千乘萬騎西南行。 천 수레 만 기병이 서남으로 떠나네
翠華搖搖行復止, 천자의 수레 흔들흔들 행렬이 다시 멈추고
西出都門百餘里。 도성문 서쪽으로 나와 백여리
六軍不發無奈何, 육군이 펼쳐지지 않으니 어찌하리
宛轉蛾眉馬前死。 부드럽던 그 눈썹 말앞에서 죽었네
花鈿委地無人收, 꽃 비녀는 땅에 떨어져도 거두는 이 없고
翠翹金雀玉搔頭。 비취깃털 금공작 옥비녀 흩어지네
君王掩面救不得, 군왕은 낯을 가릴뿐 구해주지 못하고
回看血淚相和流。 돌아보며 피눈물 서로 흘렸네
黃埃散漫風蕭索, 누런 먼지 날리고 바람 스산해지는데
雲棧縈紆登劍閣。 잔교를 돌고 돌아 검문각에 오르네
峨嵋山下少人行, 아미산 아래에 행인들 적은데
旌旗無光日色薄。 깃발은 빛이 없고 햇빛도 옅어라
蜀江水碧蜀山青, 촉나라 강물은 푸르고 산은 푸른데
聖主朝朝暮暮情。 임금은 아침마다 저녁마다 정을 잊지 못하네
行宮見月傷心色, 행궁에서 보는 달은 마음을 상하게 하는 빛
夜雨聞鈴腸斷聲。 밤비에 들리는 방울소리는 애를 끊는 소리
天旋地轉回龍馭, 천지가 뒤바뀌어 어가가 돌아올 때
到此躊躇不能去。 이곳에 도착해서는 주저하며 가지를 못하네
馬嵬坡下泥土中, 마외역 언덕 아래 진흙 속에는
不見玉顏空死處。 옥같은 얼굴 보이지 않고 죽은 곳만 공허하네
君臣相顧盡沾衣, 군신은 서로 돌아보며 옷이 눈물에 젖으며
東望都門信馬歸。 동쪽으로 도성문을 보며 말이 돌아가기를 믿을 뿐
歸來池苑皆依舊, 돌아오니 연못과 정원은 모두 옛과 같은데
太液芙蓉未央柳。 태액지의 연꼿 미앙궁의 버들
芙蓉如面柳如眉, 연꽃은 얼굴같고 버들은 눈썹같아
對此如何不淚垂。 이것을 마주하고는 어찌 눈물을 흘리지 않겠는가
春風桃李花開日, 봄바람에 복숭아 배꽃이 피었던 날
秋雨梧桐葉落時。 가을비에 오동나무 낙엽지던 날
西宮南內多秋草, 서궁과 남쪽 정원은 가을 풀로 가득하고
落葉滿階紅不掃。 낙엽은 계단에 가득 붉어도 쓸지 않았지
梨園弟子白髮新, 리원의 자제들 이제 흰머리 새로 나고
椒房阿監青娥老。 황후전의 환관들과 궁녀들도 늙었다
夕殿螢飛思悄然, 저녁 궁궐에 반딧불 날고 마음은 근심가득
孤燈挑盡未成眠。 외등이 꺼져도 잠을 이루지 못하네
遲遲鐘鼓初長夜, 천천히 종과 북울려 긴밤이 시작되고
耿耿星河欲曙天。 총총한 은하수가 하늘을 밝히려고 하네
鴛鴦瓦冷霜華重, 원앙 기와 차가운데 서리 꽃이 더하고
翡翠衾寒誰與共。 비취 이불 차가와 누구와 함께 할까
悠悠生死別經年, 길고 긴 인생사 다시 해를 더하는데
魂魄不曾來入夢。 혼백이라도 꿈속에 들어온 적이 없네
臨邛道士鴻都客, 임공의 도사가 장안에 머무는데
能以精誠致魂魄。 정성을 다하면 혼백에 다가갈 수가 있었다
爲感君王輾轉思, 군왕의 잠 못이루는 생각에 감동해
遂教方士殷勤覓。 마침내 방사에게 간절히 찾아보도록 시켰네
排空馭氣奔如電, 공중으로 솟구쳐 번개처럼 달리고
昇天入地求之遍。 하늘에 오르고 땅에 들어와 두루 찾았네
上窮碧落下黃泉, 궁벽에 올랐다가 아래로 황천까지 내려갔지만
兩處茫茫皆不見。 두곳 모두 망망해 보이지를 않았지
忽聞海上有仙山, 문득 바다 위에 신선산이 있다는 이야기 들었는데
山在虛無縹渺間。 산은 텅비고 아득히 어렴풋한 곳에 있었다.
樓閣玲瓏五雲起, 누각은 영롱하고 오색구름 일었고
其中綽約多仙子。 그 속에는 단아한 많은 신선들 있었지
中有一人字太真, 그 중에 한사람 이름이 태진인데
雪膚花貌參差是。 흰 피부와 꽃같은 용모 대략 다르지 않았다
金闕西廂叩玉扃, 금대궐 서쪽 행랑 옥대문을 두드려
轉教小玉報雙成。 시녀불러 서왕모 시녀에게 알리게 했다
聞道漢家天子使, 중국 천자의 사신이 왔다는 이야기 듣고
九華帳裡夢魂驚。 첩첩화려한 장막 속에서 놀라 꿈을 깨었네
攬衣推枕起徘佪, 옷을 쥐고 베게 밀며 일어나 서성이며
珠箔銀屏迤邐開。 주렴과 은 병풍을 비스듬이 밀며 차례로 열었다.
雲鬢半偏新睡覺, 둥근 귀밑머리 한쪽으로 밀려 있네 금방 잠이 깼구나
花冠不整下堂來。 화관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아래로 내려온다
風吹仙袂飄飄舉, 바람이 일어 신선의 소매 표표히 들리니
猶似霓裳羽衣舞。 오히려 예상우의춤을 추는 듯하다.
玉容寂寞淚闌乾, 옥같은 얼굴 적막한데 눈물은 멋대로 흘러 붙어
梨花一枝春帶雨。 배꽃 가지 하나 봄비에 젖었다
含情凝睇謝君王, 정이 가득한 눈길로 군왕에 사례하기를
一別音容兩渺茫。 한번 헤어진 후 목소리와 모습 모두 아득하군요
昭陽殿裡恩愛絕, 소양전 속의 은혜와 사랑 끊기니
蓬萊宮中日月長。 봉래궁의 세월은 길기만 합니다.
回頭下望人寰處, 고개 돌려 아래로 인간세상 바라보지만
不見長安見塵霧。 장안은 볼 수 없고 먼지 안개만 보일 뿐입니다.
惟將舊物表深情, 오직 옛물건으로 깊은 정을 표하고자 하니
鈿合金釵寄將去。 나전함과 금비녀를 가져가도록 부칩니다.
釵留一股合一扇, 비녀 하나 함 하나
釵擘黃金合分鈿。 비녀는 황금을 쪼개내고 함에는 나전을 분리했어요.
但教心似金鈿堅, 만약 주신 마음이 금이나 나전처럼 굳기만 하다면
天上人間會相見。 하늘 위에서 인간으로 서로 만나 볼 수 있을 겁니다.
臨別殷勤重寄詞, 작별전에 간절하게 거듭 전하는 말이 있었는데
詞中有誓兩心知。 말중에 두사람만 아는 맹세가 있었다
七月七日長生殿, 칠월 칠일 장생전에서
夜半無人私語時。 깊은 밤 사람 없어 다정히 말씀하실 때
在天願作比翼鳥, 하늘에서는 비익조 되기를 원하셨죠
在地願為連理枝。 땅에서는 연리지 되기를 원하셨죠
天長地久有時盡, 하늘과 땅이 길고 영원해도 시간은 그 끝이 있지만
此恨綿綿無絕期。 이 한은 길고 길어 그 끝을 기약할 수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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