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활유

딱따구리 노래

seongsoo 2011. 2. 12. 15:07

 

딱따구리 노래

 

어느 어린 중이 짓궂은 나무꾼들을 따라 산에 나무하러 갔다.

나무꾼들이 그에게 말했다. “재미있는 노래를 가르쳐줄 것이니 따라 부르라.”

그는 말에 속아, 시키는 대로 ‘딱따구리 노래’를 배우게 되었다. “저 산의 딱따구리는 생나무 구멍도 잘 뚫는데, 우리 집 멍텅구리는 뚫린 구멍도 못 뚫는구나.”

‘딱따구리노래’의 가사로 이 노래는 그야말로 음란한 내용이었다. 그러나 아직 세상물정을 몰랐던 철없는 어린 중은, 이 노랫말에 담긴 음란한 뜻을 알 리가 없었다. 그래서 이 노래를 배운 이후, 절 안을 왔다 갔다 하면서 제법 구성지게 목청을 올려, 이 해괴한 노래를 부르곤 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한창 신이 나서 이 노래를 부르고 있는데 마침, 지나가던 큰 스님이 이 노래를 듣게 되었다. 큰 스님은 어린 중을 불러 세고 말했다. “네가 부른 그 노래, 참 좋은 노래로구나, 잊어버리지 말거라.” “예, 큰스님.” 하고 어린 중이 대답했다. 어린 중은 큰스님의 칭찬에 신이 났다.

 

그러던 어느 봄날, 서울에 있는 이왕가(李王家)의 상궁과 나인들이 노스님을 찾아뵙고 유익한 말을 청하였다. 노스님은 쾌히 청을 승낙하시더니 마침 좋은 노래가 있으니 들어보라 하시면서 어린 중을 불러 들였다. 그리곤 그에게, “네가 부르던 그 딱따구리 노래, 여기서 한번 불러 보아라.” 어린 중에게 노래 부르게 했다.

많은 여자 손님들 앞에서 느닷없이 딱따구리 노래를 부르라는, 노스님의 분부에 어린 중은 얼굴이 붉어졌다. 이제는 어린 중도 노래내용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전에 노스님께서, 그 노래를 칭찬해주신 일도 있고 해서, 목청껏 소리 높여 멋들어지게 딱따구리 노래를 불러 젖혔다. “저 산의 딱따구리는 생나무 구멍도 자-알 뚫는데, 우리 집 멍텅구리는 뚫린 구멍도 못 뚫는구나.” 궁녀들을 모아 놓고 ‘딱따구리 노래’부르게 했다.

철없는 어린 중 이 노래를 불러대는 동안, 왕궁에서 내려온 상궁과 나인들은 얼굴을 붉힌 채, 어찌할 줄을 모르고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이때 노스님께서 한 말씀하셨다. “바로 이 노래 속에 인간을 가르치는 만고의 진리가 있소. 마음이 깨끗하고 밝은 사람은 딱따구리 노래에서 많은 것을 얻을 것이고, 마음이 더러운 사람은 이 노래에서 한낱 추악한 잡념을 일으킬 것이오. 원래 참 진리는 맑고, 아름답고, 더럽고, 추한 경지를 넘어선 것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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