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명의 아내
Trophy Wife(트로피 와이프)라는 말이 있습니다.
흔히 체육대회에서 입상하면 받는 트로피(Trophy)는 전리품, 전승기념물 등의 뜻을 안고있는데 여기에 아내를 뜻하는 Wife가 합쳐져 Trophy Wife라는 단어가 되면 어떤 뜻이 될까요...
남편의 전리품?
아닙니다. 전혀 다른 뜻이 됩니다.
남편을 빛내줄 아내라는 뜻으로 바뀌게 되는 거지요.
아내... 아내는 옛날에는 밖의 반의어인 '안'과 사람이나 물건을 말할 때 쓰이던 접미사 '해'로 이루어진 '안해'에서 비롯된 말로 '안사람'이란 뜻입니다.
마누라는 상전... 나아가서는 임금이나 왕후에게 사용되었던 극존칭이자 상전에게 사용되었던 존칭이었지만 최근에는 낮춰 부르는 의미로 변질되었습니다.
다른 사람의 아내에게는 부인(夫人)이라 하는게 예의인데 夫人이라 함은 제후 등 높은 신분의 아내를 지칭하는 말로 자신의 아내를 지칭할 때 쓰는 것은 잘못된 것이지요.
그런데 아내가 무려 네 명이나 되는 남자가 있었습니다.
첫째 아내는 가장 사랑하는 아내로 단 한순간도 떨어져 있지 않고 매일같이 같이 있었습니다.
둘째 아내는 다른 남자와 싸움까지 해서 얻은 아내였습니다.
정말 소중하게 대해주었지요.
셋째 아내 역시 사랑했지만 가끔씩 손을 잡고 위로도 해주며 떨어져있으면 조금 그리워지는 그런 사이였습니다.
넷째 아내는 사실상 거의 하녀 대하듯 했습니다.
그렇지만 집안의 모든 어려운 일은 혼자 도맡아하며 남편의 말에는 절대적으로 순종했죠.
어느 날 이 남자는 살고 있는 마을을 떠나 먼 타국으로 힘든 길을 가야했습니다.
그는 첫째 아내와 함께 떠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렇지만 첫째 아내는 같이 갈 수 없다며 끝내 거절했습니다.
둘째 아내에게 같이 갈 것을 부탁했지만 거절당했고, 셋째 아내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런데 넷째 아내는 순간의 망설임 없이 아무리 힘들더라도 곁을 떠나지 않고 어디든 함께 가겠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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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에서 마을은 이승이요 타국은 사후세계이며 이 남자는 영혼을 뜻합니다.
첫째 아내는 육체... 누구도 육체를 동반하지는 못합니다.
둘째 아내는 재물... 아무리 고생하며 모았지만 한 푼도 가져갈 수 없습니다.
셋째 아내는 인간관계... 묘지까지 배웅은 해주지만 일단 땅에 묻으면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 버립니다.
넷째 아내는 평소에 자신이 지은 업(業)입니다.
모두가 소중하겠기에 다른 여러 가지 비유가 있겠습니다만 특히 아내를 비유한 것은 역설적으로 보면 그만큼 아내가 소중하다는 뜻도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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