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혈중알콜 농도 및 분해과정
- 혈중알콜 농도는 음주 1시간 뒤 ‘최대’, 폭탄주보다 오래 많이 마시는 게 더 나빠 -
어떻게 하면 술에 덜 취하고, 어떻게 하면 술에서 빨리 깨는지, 술에 대해선 누구나 한마디쯤 할 수 있다.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건 이렇고, 저건 저렇다”고 단정적으로 말하는 사람도 많다.
그러다 보니 모든 게 뒤죽박죽이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은 술 마신 뒤 얼굴이 붉어지는 게 좋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아니라고 한다. 술 자체에 대한 이해 없이 개인적 경험만으로 얘기하기 때문이다. 술을 마시며 누구나 가졌음직한 궁금함을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유태우, 서울아산병원 내과 김명환,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이정권 교수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 알콜 양은 어떻게 계산하나?
알콜 양은 ‘술의 양×도수(농도)’다. 예를 들어 도수가 4%인 생맥주 500㏄ 한잔의 알콜 양은 20g(500×0.04)이다. 또 2홉들이 소주 한 병의 알콜 량은 82.8g(360×0.23)이다. 의사들이 권고하는 하루 알콜 섭취 최대량은 80g이다.
※ 혈중 알콜농도 계산법
혈중 알콜농도는
(알콜의 양(주류의 알콜농도(%)×마신양(ml))×0.8)÷(0.6×체중(kg)×1000)) 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체중 70kg인 남자가 맥주를 1천cc를 마셨다면,
(4.5 × 1000 × 0.8) ÷ (0.7 × 70 × 1000) = 0.086%로서 면허정지에 해당된다.
◆ 술을 자꾸 마시면 주량이 늘어나나?
주량은 알콜을 분해하는 유전적 능력과 후천적 ‘연습’에 의해 결정된다. 술을 못 마시는 사람도 자주 마시면 간의 알콜 분해능력이 증가해 잘 마실 수 있게 된다. 2주간 매일 술을 마시면 간의 알콜 분해능력이 30% 정도 늘어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또 술을 자주 마시면 뇌세포가 알콜에 내성이 생겨 웬만큼 마셔도 취하지 않고 견딜 수 있게 된다.
◆ 왜 여자는 남자보다 술을 못 마시나?
남자보다 지방이 많고 근육이 적기 때문이다. 지방에는 알콜이 흡수되지 못하므로 체중에서 지방을 제외한 제(除) 지방량이 술을 담아둘 수 있는 ‘그릇’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몸무게와 근육이 많은 사람이 술을 많이 마실 수 있다.
◆ 얼굴 붉어지는 사람은 주량이 약한가?
그럴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술이 약한 사람은 알콜을 빨리 분해하지 못하므로 술을 마시면 얼굴이 붉어진다. 그러나 이는 얼굴이 붉어지는 무수히 많은 이유 중 하나일 뿐이다. 술이 센 사람 중에도 자극에 민감하거나 피부의 문제 때문에 술을 마시면 얼굴이 붉어지는 사람이 많다.
※ 알콜 분해 과정
알코올(Alcohol)은 산화되어 아세트알데히드(Acetaldehyde), 다시 산화되어 초산(Acetic Acid), 다시 산화되어 이산화탄소(Carbon Dioxide)와 물(Water)로 분해된다.
간은 '화학공장'이라고 불릴 정도로 알코올을 완전히 분해할 수 있는 능력을 충분히 갖춘 장기이다.
간은 시간당 8g의 알코올을 분해할 수 있다고 하므로, 하루 알코올 섭취량을 50g(알코올 분해시간 약 7시간 이상 소요)이하로 해야 술로 인해 건강을 해치는 것을 막을 수 있는데, 알코올 50g은 생맥주 1250cc에 해당하는 양이다.
또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간이 알코올을 해독하기 시작하는 시점부터 최소 3일 정도는 쉬게 해주어야 한다. 알코올 중독을 입원 치료하는 경우 간 해독 기간이 최소 10일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3일은 긴 시간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다음은 우리 몸에서 알코올이 분해되는 과정을 도식으로 나타낸 것이다.
몸에 흡수된 알코올은 효소의 도움을 받아 여러 단계를 거쳐 분해되어 몸 밖으로 배출된다.
⓵ 독성물질인 아세트알데히드로 분해
먼저 알코올은 아세트알데히드(Acetaldehyde)라는 독성물질로 분해되는데, 이것은 알코올 자체보다 훨씬 강한 독성물질이며, 음주 후 겪게 되는 두통과 구토, 오심 등의 주요 원인이다.
⓶ 독성물질 분해하는 효소 - ALDH
이 아세트알데히드라는 독성물질을 아세테이트(Acetate)로 분해하는 것이 바로 아세트알데히드-탈수소효소(ALDH; Acetaldehyde-dehydrogenase)이다. 이 효소가 선천적으로 많이 부족한 경우 술에 약해서 조금만 먹어도 얼굴이 붉게 변하게 되는데, 이는 아세트알데히드가 분해되지 못하고 몸 안에 쌓이면서 생기는 일종의 부작용이다. 따라서 아세트알데히드-탈수소효소가 많을수록 술을 잘 마시게 되는 것이다.
⓷ 음주 후 6-10시간 후 알코올 최종 분해물은 몸 밖으로 배출
아세테이트는 6-10시간이 지나면 이산화탄소와 물로 분해되어, 숨을 쉴 때 몸 밖으로 나오거나 땀과 같은 분비물에 섞여 배출된다. 음주 후 사우나에서 땀을 흘리면 술이 깬다는 사람들이 있는데, 실제로 섭취한 알코올 양의 약 2% 정도만 땀으로 분비되며, 대부분 소변으로 배출되므로 사우나와 숙취해소와는 큰 연관성이 없다.
◆ 혈중 알콜농도는 언제 최고가 되나?
개인에 따라 다르지만 술 마신 뒤 30~90분 지나면 혈중 알콜 농도가 최고가 돼 점차 감소한다. 맥주 1,000㏄를 마신 경우 평균적으로 5~6시간 지나면 혈액에서 알콜이 완전히 빠져 나간다. 물론 술의 양에 따라 혈중 알콜농도가 제로(0)가 되는 시간은 다르다.
◆ 술 마셔도 음주측정에서 걸리지 않는 이유는?
혈중 알콜농도는 간의 알콜 분해 능력과 밀접한 관계가 있어서, 술이 센 사람은 그 만큼 알콜이 빨리 분해된다. 따라서 상황에 따라 술을 제법 많이 마셨어도 음주측정에서 적발되지 않을 수 있다.
◆ 술 센 사람과 약한 사람이 술을 마셨을 때 받는 신체 손상 정도는 어떻게 다르나?
술이 세다는 것은 술이 빨리 분해된다는 얘기지, 몸이 술에 버티는 힘도 강하다는 얘기는 아니다. 간이나 뇌 등 인체 각 장기가 술로 받는 손상은 마신 양에 거의 비례한다. 따라서 술이 센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훨씬 장기의 손상이 크다.
◆ 구토를 하면 술이 빨리 깨나?
구토는 자연스런 인체의 방어행위다. 따라서 구토를 억지로 참을 필요가 없으며, 때에 따라 손가락을 입 속에 넣는 등의 방법으로 구토를 해 버리는 게 낳다. 구토를 하면 위에서 흡수되지 않고 있는 알콜까지 빠져 나오므로 술을 깨는데 도움이 된다.
◆ 안주를 많이 먹으면 술이 덜 취하나?
덜 취하는 게 아니라 늦게 취한다. 안주가 소화되느라 알콜의 흡수속도가 늦어지기 때문에 위장도 편하고, 술도 천천히 취하게 된다. 그러나 결국 취하는 정도는 알콜의 절대량에 달렸다. 따라서 안주가 좋으면 좋을수록 술을 더 많이 마시게 되므로 결과적으로 몸에는 독이 된다.
◆ 술을 천천히 마시는 게 좋나?
안주와 같은 원리다. 천천히 마시면 서서히 취하므로 결과적으로 술을 더 많이 마시게 된다. 만약 자제할 능력만 있다면 폭탄주 한 두 잔을 마시고 빨리 취해 버리는 게 오랫동안 홀짝홀짝 마시는 것보다 낫다.
◆ 술 깨는 약의 효과는?
그 자체로는 나쁠 게 없으며 어느 정도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콩나물 등에 많은 아스파라긴산이 포함된 음료는 알콜 분해를 촉진시키고 독성물질의 농도를 낮춘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런 약을 믿고 술을 더 마시게 된다는 게 문제다.
◆ 곡주는 왜 숙취가 심한가?
정제기술과 관계있는 것 같다. 일반적으로 잘 정제된 포도주나 위스키엔 불순물이 거의 없어 머리도 덜 아프다. 그러나 제대로 정제되지 않은 막걸리나 집에서 담근 과일주에는 아세트알데히드 등 불순물이 남아 있어 두통 등 숙취가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 필름은 왜 끊기나?
단기기억을 저장하는 해마의 손상 때문이다. 술을 많이 마신 사람의 뇌 MRI 결과를 보면 해마가 쪼그라들어 있다. 해마 뿐 아니라 전두엽 측두엽 등 뇌 다른 부위에도 술은 손상을 준다. 이 때문에 알콜성 치매가 유발된다. 필름이 한번 끊기기 시작하면 그 다음엔 자동적으로 끊긴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지만 사실과 다르다. 필름이 계속 끊기는 이유는 폭음하는 음주 행태가 고쳐지지 않고 계속되기 때문이다.
※ 기억과정
해마는 대뇌변연계(limbic system)를 구성하는 한 요소로서 측두엽 안에 자리 잡고 있다. 해마는 새로운 사실을 학습하고 기억하는 기능을 하는 중요한 기관이다. 해마가 손상되면 새로운 정보를 기억할 수 없게 된다.
기억이 만들어지려면 우선 감각기관으로 정보가 들어와야 한다. 즉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맛보고 접촉하는 등의 감각 정보가 뇌로 들어오고, 이 정보들이 서로 조합돼 하나의 기억이 만들어진다. 이후부터는 해마가 본격적으로 기억 활동을 맡는다.
뇌로 들어온 감각 정보를 해마가 단기간 저장하고 있다가 이를 대뇌피질로 보내 장기 기억으로 저장하거나 삭제한다. 기억을 형성하는 정보의 이동은 주로 밤에 이뤄지는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학습이나 업무 능률을 올리려면 밤에 정보처리가 잘 일어나도록 잠을 푹 자는 것이 좋다.
◆ 술 마시면 소변을 많이 보는 이유는?
술 한 잔을 마시면 그 보다 훨씬 많은 수분이 빠져 나간다. 술 자체의 이뇨작용 때문이다. 따라서 술을 마실 때는 물을 가급적 많이 마셔야 한다. 특히 맥주를 마시면 소변을 많이 보는데, 이 때 소변으로 빠져나가는 것은 술이 아니라 인체의 수분이다. 술 마신 다음날 목이 마른 이유도 이같은 탈수현상 때문이다.
◆ 술 마실 땐 왜 담배를 많이 피우게 되나?
술과 담배 모두 중독성이 있고, 술을 마시면 중독성을 제어하는 능력이 약해지기 때문이다. 특히 술을 마시면 간에 더 많은 산소가 공급돼야 하는데, 담배를 피우면 산소 결핍상태가 유발되므로 음주시 흡연은 평소보다 훨씬 나쁜 영향을 미친다.
◆ 사우나로 땀을 빼면 술이 빨리 깨나?
목욕을 하면 혈액순환이 촉진되고 노폐물이 배출되므로 숙취해소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사우나는 삼가해야 한다. 술을 마시면 그렇지 않아도 수분과 전해질이 부족해지는데, 사우나를 해서 무리하게 땀을 빼면 숙취가 더 심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 술 마신 다음날 허기를 많이 느끼는 이유는?
일시적 저혈당 증세 때문이다. 알콜은 포도당의 합성을 방해하므로, 과음한 다음 날엔 식사를 해도 혈당 수치가 크게 높아지지 않는다. 이 때문에 허기를 느끼고 무엇인가를 많이 먹게 된다. 따라서 술 마신 다음날엔 꿀 물 등으로 당 성분을 보충해 주는 게 좋다.
◆ 술 깨는데 좋은 음식·음료는?
물 보다 다량의 전해질 성분이 있는 얼큰한 국물, 과일주스, 스포츠 이온 음료 등이 술 깨는 데 훨씬 낫다. 알콜이 분해돼 소변으로 배출될 때는 다량의 전해질도 함께 빠져나가므로 숙취현상이 심해진다. 따라서 술에서 빨리 깨려면 해장국 등 전해질 성분을 많이 보충해 주는 게 좋다.
◆ 수술을 했거나 다래끼·종기가 났을 땐 술 마시면 안되나?
술이 염증을 악화시킨다는 얘기는 사실과 다르다.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술과 약을 함께 복용할 경우 약효에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약을 복용할 때는 술을 삼가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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