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 知性의 假面
윤창중 문화일보 논설실장 2011.10.17
2003년 초, 막 정권을 잡은 노무현이 민주당을 부수고 열린우리당을 만들어 보려 했지만, '김대중당(黨)'이더니 또'노무현당?'하는 비판에 부닥쳐 고전하던 시절.
속이 권력욕으로 꽉 찬 폴리페서들이 노 정권과 내통(內通)해 서울 혜화동 흥사단에서 바람 잡아 주는 세미나를 연다고 했다. 세미나 장소에 들어가는 순간, 청중들을 보고 경악했다. 간첩단 사건으로 실형까지 산 백발의 교수들, 비전향 장기수들이 줄지어 앉아 있는 것 아닌가? 아, 노무현이 집권당을 친북당으로 만들려고 하는구나!
박원순, 요즘 무소속으로 서울시장에 출마한 박원순이 첫 발언. 아니, 흠잡을 수 없는 화법으로 신당 창당에 바람 넣는 것 아닌가. 그 흥분하지 않는 허스키한 목소리로."정치개혁을 하려면 정치판을 바꿔야 한다." 청중의 대환호. 지식인의 저 가증스러운 위선-시민 인권운동가니 뭐니 깨끗한 척하는 저 가면(假面) 속의 이중성! 김대중 정권 때도 정권과 짜고 적당히 여당 금배지들 섞은 낙천·낙선 생살부(生殺簿) 만들어 국민을 분노하게 만드는 고도의 지능적 수법으로 한나라당 내 보수·우파 금배지들의 명(命)을 자르더니, 노 정권에서 또!
현장에서 난 결심했다. 봉변을 당하더라도 신당 창당 반대론을 펴야겠다고. "지금이라도 신당 창당을 중단하라. 노 정권의 말로가 이미 불행하게 보인다." 내 말에 아수라장이 됐다. 이화여대 정치학 교수 조기숙, 가만히 있을 리 없었다. 표독한 표정과 함께 인식공격까지 퍼부었다. 얼마 안돼 조기숙은 노무현 청와대의 홍보수석으로 들어가 보수·우파를 친미·친일파로 매도했다. 그러나 결코 외롭지 않은 건 '정의의 신(神)'은 살아 있기 때문! 전봉준의 갑오농민전쟁을 촉발시킨 조선시대 말 탐관오리의 대명사 고부군수 조병갑의 증손녀임이 밝혀졌다.
박원순, 그는 무려 10여년 시민세력의 황제로 군림하다가 이번에 위선·거짓·농락의 실체가 벗겨지고 있다. 이건 필연이다. 서울법대를 다니다가 중퇴했다고 자신의 '입'으로 처음 말한 적 없다면 그걸 누가 어떻게 알아 그렇게 '저자'란에 썼단 말인가! 출판사가 어떻게! 자기 책 내는데 저자 소개란도 체크해 보지않아? 서울법대 나왔다고 소개하면 꼬박꼬박 '예, 예' 답하는 동영상도 나왔다. 몰리니까 "어쨌든 서울대 다닌 것이니 큰 차이가 없다"고 한다. 뭐? 작은할아버지한테 '양손(養孫)입양'해? 작은할아버지 양아들로 가면 박원순과 박원순 아버지는 사촌형제 간이 되는 법. 그럼 양손입양한 뒤 친부(親父)한테 '형님'이라고 불렀나! 또 몰리니까, "사실 난 아는 게 별로 없다"고 느글느글한 답변. 손에서 미끌미끌 빠져나가는 미꾸라지처럼!
더 웃기는 건 서울법대 교수 조국. 박원순 지지한다는 제스처로 캐주얼 아래 위로 입고, 책가방 들고 박원순과 함께 서울 남산 둘레길 산책하는 쇼. 전형적인 폴리페서, 절망하기도 싫었다. 정의인 척 혹세무민해 인기끌고, 한창 젊은 사람들 정신 세계 버려놓고, 돌아서면 정치인들 뺨치는 이런 짓하는 지성인들.
대한민국 지성의 '깊이 없음(shallowness)'에 환멸을 느낀다. 안철수에게 듣고 싶다. 지금 벗겨지고 있는 박원순의 나신(裸身)을 한번도 검증하지 않고 TV 앞에서 포옹했는가? 박원순과 똑같아서 양보했는가? 안철수는 "난 안보는 보수고 경제는 진보"라고 했다. 보수인데도 천안함 폭침에 대해 "정부가 북한을 자극해 억울한 장병들을 수장시켰다"는 친북주의자 박원순을 추천했는가? 서울미대 다니는 딸을 서울법대에 전과시킨 박원순, 가능하다고 믿는가? 시민단체 이름 팔아 수백억원을 '갈취'했는데도 기부라고 억지 부리고, 대기업 사외이사 한 게 들통나면 "난 한번도 원칙을 포기한 적 없다"고 하는 박원순을 지금도 믿는가? 이런 다중(多重)인격의 위선자를. 박원순 지지의 90%는 안철수 지지 아닌가? 책임져야 한다.
안철수는 이런 박원순을 추천해놓곤 얼마전 "제가 인문학은 아는데 정치 쪽은 잘 모른다"고 했다. 그럼 정치도 모르면서 본인은 왜 서울시장에 나가려 했고, 박원순을 추천했는가? 무책임하다! 안철수는 박원순 지지를 철회해야 한다. 그게 뒤늦게라도 책임지는 지식인이다.
※ 폴리페서(poli-fessor) : 정치지향 교수
폴리페서는 정치(politice)와 교수(professor)의 합성어로서 정치에 참여했거나 참여하려는 교수를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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