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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성잡기(靑城雜記)

seongsoo 2011. 10. 14. 17:08

□ 청성잡기(靑城雜記)의[질언(質言)]

 

☆ 성대중(成大中) : 1732(영조 8)~1812(순조 12) 조선 후기의 문신·학자.

본관은 창녕. 자는 사집(士執), 호는 청성(靑城). 아버지는 찰방 효기(孝基)이며, 해응(海應)이 그의 아들이다.

노론 성리학파 중 낙론계(洛論系)인 김준(金焌)에게서 배웠다. 1756년(영조 32) 정시문과에 급제했다. 서얼이었기 때문에 순조로운 벼슬길에 오르지 못할 처지였으나, 영조의 탕평책에 따른 서얼들의 신분상승운동인 서얼통청운동(庶孼通淸運動)에 힘입어 1765년 청직(淸職)에 임명되었다. 1763년 서기관으로 통신사 조엄(趙曮)을 수행하여 일본에 다녀왔으며, 1784년(정조 8)에 흥해군수가 되었다.

 

그는 문장이 뛰어나 정조의 사랑을 받았으나 신분적인 한계에 묶여 북청부사에 오르는 데 그쳤다. 특히 역학(易學)에 뛰어났으며, 역의 원리를 도(圖)를 그려 설명했다. 그의 〈전의후록 傳義後錄〉에서는 〈주역〉을 모든 경서의 근본이라 하여 유교 경전들과의 관련성을 밝히고 있다.

 

그는 홍대용·박지원·박제가·유득공 등 북학파 인물들과 교우관계를 가져 사상 형성에도 도움을 주었으나 이들과 달리 정조대에 추진된 문체반정(文體反正) 정책에 적극 호응하여 성리학에 바탕을 둔 순정문학(醇正文學)을 주장했다. 이는 기본적으로 낙론계 성리학자인 그의 학문적 경향과 신분적 약점에서 연유한 것이었다. 저서로 청성집(靑城集), 청성잡기(靑城雜記)가 있다.

 

1.섭생의 요체

몸은 늘 수고롭게 하고

마음은 항상 편안하게 한다.

음식은 늘 간소하게 하고,

잠은 항상 편안하게 잔다.

섭생의 요체는

이것을 벗어남이 없다.

 

體欲常勞 체욕상노

心欲常逸 심욕상일

食欲常簡 식욕상간

睡欲常穩 수욕상온

攝生之要 섭생지요

無過於此 무과어차

 

2. 마음가짐

곤경에 처해서도 형통한 듯이 하고

추한 것 보기를 어여쁜 듯이 하라.

 

處因如亨 처인여형

視醜如娟 시추여연

 

3. 중간

몸가짐은 청탁의 사이에 있고

집안의 다스림은 빈부의 중간에 있다.

벼슬살이는 진퇴의 어름에 있고

교제는 깊고 얕음의 가운데 있다.

 

行己在淸濁之間 행기재청탁지간

理家在貧富之間 리가재빈천지간

仕宦在進退之間 사환재진퇴지간

交際在淺深之間 교제재천심지간

 

4. 심신과 사물

텅 빈곳에 몸을 두고

툭 터진 데 마음이 노닐면

몸이 편안하고 마음이 넉넉해진다

고요로서 사물을 부리고

간결함으로 일을 처리하면

사물이 평온해지고 일이 정돈된다.

 

置身於虛 치시어허

游心於曠 유심어광

則心安而心泰 즉심안이심태

馭物以靜 어물이정

涖事以簡 리사이간

則物平而事定 즉물평이사정

 

5. 비교의 기준

음식이나 의복, 수레와 말, 거처는 저만 못한 쪽과 견주고

덕행과 언어, 문학과 정사는 나은 쪽과 견준다.

 

飮食衣服與馬居處 음식의복여마거처

德行言語文學政事, 上比 덕행언어문학정사, 상비

 

6. 고요와 비움

고요하면 텅 비고

텅 비면 밝아지고

밝아지면 신령스럽다

마음이 안정되니

신명이 와서 머문다

 

靜則虛 정즉허

虛則明 허즉명

明則神 명즉신

泰宇阮定 태우완정

神明來舍 신명래사

 

7. 진퇴

나아갈 때 남의 도움을 받지 않고

물러날 때 남을 탓하지 않는다.

 

進不藉人 진불차인

退不尤人 퇴불우인

 

8. 처신

윗자리에 있으면서

아랫사람이 자신을 공격하는 것을 명분으로 삼지 못하게 하고,

아랫자리에 있으면서

윗사람이 자신을 꺾는 것을 위엄으로 여기지 못하게 한다면

처세를 잘 했다고 할 만하다.

 

在上位 재상위

無使下位攻之爲其名 무사하위공지위기명

在下位 재하위

無使上位折之位其威 무사상위절지위기위

則處世也幾矣 칙처세야기애

 

9.자세

운명에 내맡김은 뜻을 떨치는 것만 같지않다

지난날을 한탄함은 미래를 위해 힘씀만 못하다

 

任命不如勵志 임명불여려지

悵往不如最來 창왕불여최래

 

10.근면과 삼감

천하에 믿을 만한 것이 없다.

오직 근면함과 삼감만이 믿을 만하다.

하지만 이를 믿는다면 삼감이 아니요.

부지런함은 도리어 재앙이 된다.

 

天下無可恃 천하무가시

惟勤謹爲可恃 유근근위가시

然恃之則非謹矣 천하무가시

勤反爲災 근반위재

 

11. 지나친 복

지극히 잘 다스려진 뒤에는 반드시 혼란이 있다.

큰 풍년 뒤에 반드시 흉년이 든다.

그런 까닭에 음식은 너무 기름진 것을 찾지 말고

복은 지나치게 무거운 것을 택하지 마라.

 

至治之餘 必有甚亂 지치지여 필유심란

大豊之後 必有過歉 대풍지후 필유과겸

古求食毋腴 擇福毋重 고구식무유 택복무중

 

12. 지나침의 폐단

지나치게 청렴한 사람은

그 후손이 반드시 탐욕으로 몸을 망침이 있다.

너무 조용히 물러나 지내는 사람은

그 후손이 반드시 조급하게 나가려다가 몸을 망침이 있다.

 

過於淸白者 과어청백자

其後必有以貪墨亡身 기후필유이탐묵망신

過於恬退者 과어염퇴자

其後必有以躁競亡身 기후필유조경망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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