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개론과 지브랏의 법칙
요즘 경영인들 사이에 '솔개론'이 화제다. 'CEO 경영 우언'(정광호 편저)이란 책에 나온 이 얘기는 솔개의 구조조정에 관한 것이다.
가장 장수하는 조류로 알려져 있는 솔개의 수명은 보통 40년이지만, 일부 솔개는 최고 70년까지 산다고 한다. 그러나 70년까지 장수하기 위해선 매우 고통스럽고 중요한 결심을 해야만 한다. 솔개가 태어나 약 40년이 되면 발톱이 노화해 사냥감을 잡아챌 수 없게 된다. 부리도 길게 자라고 구부러져 가슴에 닿게 되고, 깃털이 짙고 두껍게 자라는 바람에 날개가 무거워져 하늘로 날아오르기도 힘들게 된다.
대부분 솔개는 그대로 죽을 날을 기다리지만 일부 솔개는 약 반년에 걸친 힘든 갱생 과정을 택해 70년까지 산다는 것이다. 구조조정의 길을 선택한 솔개는 산 정상으로 날아올라 둥지를 짓고 수행을 시작한다. 먼저 부리로 바위를 쪼아 새 부리가 돋아나게 한다. 그런 뒤 날카로워진 새 부리로 발톱을 하나하나 뽑아낸다. 새로 발톱이 돋아나면 이번에는 날개의 깃털을 뜯어낸다. 이렇게 반년이 지나 새 깃털이 돋아난 솔개는 새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 30년의 수명을 더 누린다는 얘기다.
솔개 이야기는 고통스러운 재탄생 과정을 겪지 않고는 새로운 미래를 만들 수 없다는 의미다. '지브랏의 법칙(Gibrat's Law)'도 비슷한 원리를 가르쳐 준다. 미국 기업 수천 개의 흥망사를 분석한 지브랏은 신기한 사실을 발견했다. 기업이 얼마나 성장하느냐는 현재 기업 규모와 관계가 없었다. 지금 덩치가 크고 잘나가는 기업이 앞으로도 계속 잘 된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잘나가는 대기업이나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의 생존 확률은 같다는 게 바로 지브랏의 법칙이다.
40년 전 국내 100대 기업 중 지금까지 100대 기업으로 남아 있는 곳이 12개에 불과하다는 최근 조사 결과는 지브랏의 법칙을 입증한다. 덩치와 관계없이 오래 살아남는 비결은 유연한 적응력이다. 경제상황과 시장의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고, 과거의 묵은 습관과 전통에 얽매이면 살아남지 못한다. 때론 장수하는 솔개처럼 옛 모습을 완전히 버려야 한다. 솔개론은 기업뿐 아니라 개인의 인생 관리에도 적용될 법하다.
이세정 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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