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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가르쳐준 강아지

seongsoo 2010. 12. 29. 12:58

삶을 가르쳐준 강아지

 

                                                                 김소희(동물 칼럼니스트)입력 : 2010.12.28 23:01

 

 

10년 전 애견잡지사에서 근무할 때 일이다.

같은 건물에 있는 동물병원에서 생후 두 달 된 강아지 장군이가 큰 수술을 받았다며 걱정들이었다. 처음 본 장군이는 왼쪽 뒷다리가 있어야 할 자리에 수술용 실밥이 피딱지와 뒤엉켜 있었다. 자동차 아래서 낮잠을 자다가 자동차가 출발하는 바람에 벌어진 일이었다. 목숨은 건졌지만 목소리와 다리 한쪽을 잃었고 주인에게도 버림받았다. 처음에는 걷는 것은 고사하고 일어서려는 시도만으로도 고꾸라졌고, 겨우 일어섰다가도 물 그릇에 코를 처박고 나뒹굴기 일쑤였다. 좌절감에 찌들었는지 사람들 눈을 피해 구석 자리만 찾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장군이는 조금씩 세상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어느 날 인기척이 느껴져 내려다보니 장군이가 앞발 하나를 내 발 위에 올려놓은 채 한껏 고개를 들어 눈 맞춤을 바라고 있었다. 어디서 얼마나 걸어온 걸까? 너무 장하고 기특해서 많이 쓰다듬어 주었다. 그렇게 장군이는 한 발씩 걷기 시작했고 몇 달 후엔 몰라볼 만큼 달라졌다. 엉덩이를 빠져라 흔들어대며 애정 표시를 하고, 눈빛에는 생기가 넘쳤으며, 고꾸라졌다가도 곧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벌떡 일어나 신나게 뛰어다녔다. 산책 중에 떠밀려 넘어져도 화내지 않았고, 자신을 놀리는 꼬마아이들의 돌팔매질에도 꼬리치며 화답했다.

 

나는 힘든 일에 눈물이 쏟아지다가도 장군이의 '24시간 엔돌핀 얼굴'을 보면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래, 너도 그렇게 잘 이겨냈는데 말이야.'

 

독일 철학자 니체는 말했다. '몇 번이라도 좋다. 이 끔찍한 생(生)이여, 다시.' 그렇다. 삶은 그 자체로 축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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