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학을 배워 3독을 끊어야 합니까?
객승이 또 질문하였다.
"참선을 하는 사람은 악을 끊지도 않고 선을 닦지도 않으며,
탐(貪). 진(瞋). 치(痴) 3독(三毒)도 버리지 않고, 계 (戒).
정(定) .혜(慧) 3학(三學)도 익히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리고는 이것이야말로 일성평등(一性平等)이라고 하는데,
정말 그렇습니까 ?"
나는 말했다.
"이것은 오래 전부터 자세히 말하고 싶어도 겨를이 없었던문
제였습니다.
마침 지금 질문을 하셨으니 간단하게 대답해드리겠읍니다.
달마대사는 모든 부처님의 심종(心宗)을 깨달은 분이니, 외도
(外道) .2승(二乘)과는 비교할수 없읍니다.
일심법계 (一心法界) 속에는 부처도 중생도 없습니다.
심지어는 생사와 열반도 군더더기 말에 불과한데, 무슨 악을
끊고 무슨 선을 행하며, 무슨 탐.진.치를 버리고 무슨 계.정.
혜를 익히겠읍니까?
요즘 참선을 하는 사람들은 일심(一心)의 요지는 조금도 못깨
닫고, 입으로만 3학을 배우지도 말고 3독을 끊으려 하지도
아야 한다고 떠들어댑니다.
다만 이것은 미친 짓에 불과합니다. 범부만도 못한 행동을 하여
율의(律儀)를 파괴해서 스스로 구렁텅이에 빠지는 행동일 뿐
입니다.
이야말로 호랑이를 그리려다 잘못되어 개를 그린 격입니다.
악을 끊고 선을 닦는 뜻을 알려면 굳이 문자에 의지할 필요가
없습니다. 단지 자기 마음을 부지런히 참구하면 그뿐입니다.
그렇게 철저히 참구하여 더이상 참구할 것이 없으면, 악을 끊
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선을 닦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저
절로 알게 될 것입니다.
이는 마치 벙어리가 꿈을 꾸는 것과 같아서 꿈속에서는 분명히
대상을 보지만, 말로는 표현 못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 때문에 확철대오한 사람은 악과.탐욕이 모두 본인의 마음이
라고 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자기의 마음을 끊어버려야 할 이유도 없고, 끊어버려
야 할 필요도 없게 됩니다."
객승이 또 물었다.
"마음을 끊어버릴 필요가 없다면, 갖가지 실천 수행을 해도됩
니까?"
나는 말했다.
"그대가 한 이 말은 사실이지 불조께서 매우 불쌍히 여기는 것
입니다. 이는 선악이 모두 마음에서 나온다 하면서도 마음을 끊
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데, 어떻게 실천 수행하는 마음을 인정할
수 있겠읍니까?"
객승이 물었다.
"악, 탐 등이 자기의 마음이므로 끊으려 해서는 안된다는 것과,
실천 수행하려 해서도 안된다는 것은 분명히 알겠습니다.
그러면 이미 존재한 악.탐 등은 도대체 어디토 가는 것입니까?"
나는 말했다.
"그대는 매우 미혹되어 있으므로 다음의 사실을 분명히 알아 두
어야 하겠습니다.
모든 악업(惡業))과 탐.진.치와 무명번뇌(無明煩惱) 및 갖가지
망상들은 모두 자성(自性)이 없습니다.
다만 자신의 미혹된 본심 때문에 히깨비가 생긴 것입니다.
이것은 마치 온도가 내려가면 물이 얼어 얼음이 되는 것과 같은
현상입니다.
이 마음을 확연히 깨닫기만 하면 모든 허망은 사라집니다.
이것은 날씨가 따뜻해져 녹은 얼음을 어디로 갔느냐 묻는 것으
로써, 이야말로 몹시 미혹된 사람이 하는 짓이라 하겠읍니다."
객승이 또 물었다.
"아무개는 이미 깨달았기 때문에 악과 탐심이 일어나도 전혀
혼들리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것은 어떤 상태입니까?"
나는 말했다.
"여기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하나는 아직도 확철대오
하지 못하여 번뇌 망상이 조금 남아있는 상태입니다.
만약 더 수행하지 않으면, 끝내는 번뇌망상의 구덩이로 되돌아
가는 경우입니다.
또 하나는 뚜렷이 깨달아 어젯밤 꿈처럼 확실히 꿰뚫어 보는
상태입니다. 이러한 깨달음을 바탕으로 동사섭법(同事攝法)을
실천할 경우는 걸으포 보기에는 흡사 악과 탐심이 있는 듯 해도,
그의 진실한 마음은 어디에도 구애되지 않습니다.
여기서 알아두어야할 것은 이러한 행동을 확절대오하지 못한
사람이 흉내를 내면, 그사람은 아주큰 잘못을 저지르는 것
입니다."
- 산방야화(山房夜話) -
여기는 불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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