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남양주시 `미음나루 강변길` 맛집
사공은 갔지만 맛집은 남았네
미음나루는 조선시대 이전부터 한강을 오가는 배들의 중간 쉼터이자, 지금의 남양주시와 하남시의 미사리를 건너던 곳이었다. 그 덕에 사람의 왕래가 많아 이들을 대상으로 한 주막들이 꽤나 번성했다. 지금은 예전의 뱃사공 은 사라지고 한강변을 따라 드라이브를 즐기러 온 사람들이 뱃사공을 대신한다.
미음나루 일대는 풍속마을이란 이름으로도 불린다. 미음나루로 가는 길목에 자리한 휴게소의 이정표에는 미음나루 풍속마을이라 적혀 있다. 이정표를 따라 들어가면 음식점 이름을 내건 입간판들이 줄을 잇는다. 마치 사열병 같다. 매운탕집, 한정식집, 오리고기집 등 그 종류가 참 다양하다. 중구난방 다양한 요리들이 들어선 데는 이유가 있다.
40여 년 전만 해도 이곳은 매운탕으로 유명했다. 한강에서 바로 낚아 올린 고기를 가지고 매일 아침 어부들이 음식점을 찾았다. 그들에게 매운탕을 끓여주고, 남은 고기는 뜨내기 손님들에게 팔기 시작한 것이 음식점 거리를 형성하기 시작한 이유였다.
그러나 1999년 준환경지역으로 지정되면서 어획이 금지되자, 어부들이 하나둘 외지로 떠났다. 매운탕 집은 사라지고 대신 다른 음식들이 들어서게 되었다. 매운탕을 주 메뉴로 내건 간판들은 사라졌지만 여전히 대부분 음식점들은 매운탕을 판다. ‘깍두기’처럼 취급 당하지만 맛만은 전성기 시절 못지않다. 대부분 매운탕 요리 경력이 평균 10년이고 20~30년 이상 된 곳도 많기 때문이다.
유일하게 40년 경력의 집이 한 곳 남아 있다. 미음 매운탕이다. 이곳은 1962년 초가집에서 시작해 미음나루 풍속마을 음식점들의 역사를 지켜봐 왔다. 오래된 음식점들이 그렇듯 이곳에서 현대적인 세련미를 찾는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찌그러진 커다란 냄비에 푸짐하게 올린 재료들, 그리고 아무렇게나 담아 내놓은 반찬. 아무리 좋게 보려고 해도 참 촌스럽다. 하지만 시골 아낙의 넉넉한 정이 느껴진다. 게다가 맛도 진국이다. 매운탕을 한소끔 끓여 한술 입 안에 떠 넣으면 코밑부터 땀이 후끈하다.
뒤이어 부드럽게 씹히는 수제비가 감칠맛을 돋운다. 수제비를 많이 넣고 오래도록 끓였는데 국물이 텁텁하지 않다. 24시간 숙성한 반죽과 고추장, 고춧가루, 생고추의 환상적인 배합, 아낌없이 넣은 빠가사리, 쏘가리 등에서 우러난 육수 덕이다.
미음 매운탕을 제외하고는 강 건너 미사리 까페촌을 좇아 세련된 내부 장식을 갖춘 한정식집이 대부분이다. 대부분 강이 잘 보이는 목 좋은 자리에 위치해 있어 주말이면 연인이나 가족 손님들이 나들이 겸 많이 찾는다. 평일은 대부분 인근 직장인의 회식 장소로 활용된다.
이곳에서 주목할 만한 한정식집은 가장 최근에 생긴 ‘좋구먼’이다. 전라남도의 대나무통밥을 선보이는 곳으로, 생선회와 육회, 황태구이, 들깨 탕 등이 코스요리처럼 차례로 나온다. 전체로 먹는 칠절판은 당근, 표고버섯, 소고기볶음 등 7가지 재료를 전병에 싸 겨자 소스에 찍어 먹는데, 새콤한 맛이 잃어버린 입맛을 살려준다. 생청국알쌈도 별미다. 구수한 청국장과 상큼한 유자소스가 어우러진 퓨전요리다.
조림방에 들어서면 자글자글 생선 조리는 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제주에서 직송해온 재료들로 입에 착 달라붙는 갈치조림, 간장게장, 해물찜 등을 만날 수 있다. 이 집은 특이하게 주인보다 단골이 음식에 대해 ‘말’이 더 많다. 6년을 한자리에서 장사한 주인은 그저 ‘먹어보면 맛을 알지요’ 소리뿐이다.
도리어 단골이 이 음식점의 홍보대사가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들 만큼 이 집의 역사부터 갈치조림과 간장조림의 맛 비결, 그리고 먹는 법까지 세세하게 알고 있었다.
“게장만 밥도둑이 아니에요. 여기 갈치조림 하나면 밥 두 그릇은 기본이죠”
갈치조림의 두터운 살집도 일품이지만 맵고 짭짤한 국물이 푹 밴 시래기와 무도 열광할 만하다.
북한강의 물 내음, 든든한 음식이 있는 미음나루 풍속마을. 아무리 주머니가 가벼워지고 불경기가 지속되어도, 삼삼오오 여유롭게 밥 한끼 먹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 마음의 위안을 주는 향긋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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