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일 기자의 길에서 만난 세상>
□ “돈 안내면 전망 못봐” 벽으로 시야 가린 ‘얌체 상술’
문화일보 박경일기자 2011.08.17
중국의 관광지 입장료는 비싸기로 이름나 있습니다. 물가에 비해서도 그렇고 다른 나라의 관광지 입장료와 비교해도 그렇습니다. 그런데 중국의 명소로 여행을 갈 때마다 슬며시 불쾌감이 드는 것은 단순히 비싸다는 이유 때문만은 아닙니다. 예를 들자면 이렇습니다. 판다를 보러 베이징(北京)동물원을 찾아가면 입구에서 동물원 입장료를 내고 판다 우리 앞에서 또 입장료를 내야합니다. 베이징의 자금성(紫禁城)도 그렇지요. 자금성 입장료를 내고도 구룡벽이 있는 석경문을 보려면 돈을 또 내야 합니다.
그래도 이 정도라면 참을 만합니다. 서유기에 등장하는 투루판(吐魯番)의 훠옌산(火焰山)이나 둔황의 웨야취안(月牙泉)에서 입장료를 거두는 것을 보면 기가 막힙니다. 훠옌산은 2000㎞를 이어지는 화염 모양의 산이고, 웨야취안은 사막 한복판에 만들어진 연못이니 어디서든 보이는 곳이지만, 관광객들이 드나드는 입구 부분을 큰 문이나 담으로 막아놓고 그 앞에서 입장료를 받는 것이지요.
이런 것은 그저 '남의 나라 일'인줄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도 이런 곳이 있습니다. 강원 정선군 귤암리의 병방치전망대가 그곳입니다. 병방치는 동강 상류인 조양강변의 직벽입니다. 급하게 굽어 흐르는 강물이 장쾌하게 내려다보이는 명소입니다. 알음알음 알려지면서 부지런한 관광객들이 찾아들던 곳이었지요. 그런데 그곳에 지난 2009년 12월 철골과 유리로 된 번듯한 전망대가 들어섰습니다. 허공에 U자형의 다리를 놓고 바닥을 유리로 놓아 아찔함을 느끼도록 만들어놓은 것입니다. 그냥 두어도 빼어난 곳인데, 구태여 철근과 콘크리트로 전망대를 만든 것까지야 뭐 그럴 수 있다고 쳐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은, 전망대 다리로 들어가지 않으면 풍광을 볼 수 없도록 불투명 유리로 앞을 가려버린 것입니다. 입구에 만들어놓은 매표소를 보곤 의도가 짐작됐습니다. 자연 풍경에다 굳이 세우지 않아도 되는 시설물을 제멋대로 들이고는 입장료를 내지 않으면 볼 수 없도록 막아놓은 뻔뻔함에 끌끌 혀를 찰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나마 전망대가 열려 있다면 돈을 주고라도 들어가서 보겠지만, 공사가 끝난 지 1년8개월이 되도록 전망대는 문이 닫혀 있습니다. 당초 착공과 함께 문을 열려다가 개장시기가 수차례 연기됐습니다. 진입로의 토지보상 문제가 걸림돌이라는데, 그거야 애초에 진입로 문제도 해결하지 못한 상황에서 공사부터 강행해 예산만 낭비한 군청의 책임이지요. 여기다가 전망대 옆에 잘 지어놓은 화장실조차 문을 걸어잠그고 있는 것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헛걸음을 한 관광객들에게 기왕에 지어놓은 최소한의 편의시설도 이용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강원 정선이야 이곳말고도 관광명소들이 곳곳에 즐비합니다. 구태여 이렇게 하지 않아도 관광수입이 다른 지자체에 비해 월등합니다. 하지만 손님 대우가 이럴진대 다시 가고 싶은 마음이 들겠습니까. 그들에게 한마디 하겠습니다.
'제발 좀 이러지들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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