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여행/건강 상식

겨울운동요령

seongsoo 2011. 1. 29. 14:20

얇은 웃옷 네 겹 이상 껴입고 준비운동 2배로

 

     

 

 

 

 수은주가 영하 11도로 뚝 떨어진 11일 새벽 5시. 체감온도는 영하 16도였다. 박훈기(49) 한양대 의대 교수는 10년간 그랬듯 한강변에서 10㎞를 뛰었다. 살을 에는 듯한 추위에 하루 거를 법도 한데 마라톤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다. 같은 날 오후 박 교수를 한양대병원 가정의학과 진료실에서 만났다.

“이렇게 추운데 정말 뛰셨어요?”(기자) “운동을 주제로 인터뷰하는데 뛰고 오는 게 좋지 않겠어요?”(박 교수)

박 교수가 웃으며 반문했다. 그는 “겨울에 운동하면 뇌졸중·협심증 같은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운동을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그러나 중요한 것은 운동환경을 어떻게 만드느냐에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새해가 됐다고 마음만 앞서 보호장비 없이 운동을 시작하면 위험할 수 있다”며 “보온에 신경 쓰고, 3개월에 걸쳐 서서히 최대 운동량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2000년 마라톤을 시작했다. 박 교수가 마라톤에 눈길을 돌린 것은 ‘단순함’을 벗어나고 싶어서였다. 그는 “구기종목은 소질이 없고 수영은 10년 동안 했는데 실내운동이라 지루했다”며 “밖에서 뛰는 마라톤이 적성에도 맞고 재미있다”고 말했다.

마라톤은 이제 그의 일상이 됐다. 키 1m73㎝, 체중 70㎏인 박 교수는 일주일에 서너 번 한강변을 10㎞씩 달린다. 지난해까지 마라톤 풀코스(42.195㎞)에 22번 도전했다. 기록은 4시간 안팎이다. 3월에 열리는 마라톤 대회를 앞두고 몸 만들기에 한창이다.

박 교수는 마라톤을 한 뒤로 스포츠의학에 관심이 더 높아졌다. 그는 2002~2003년 영국 퀸스 메리대학에서 스포츠의학을 전공했다. 현재 대한스포츠의학연구회장, 대한스포츠의학회 이사를 맡고 있다. 박 교수는 “2012년 런던 올림픽 때 한국 국가대표팀의 건강을 책임지는 의료팀에 합류하고 싶다”고 말했다. 철인3종 경기에 출전하는 것을 목표로 잡고 있는 박훈기 교수에게서 건강한 겨울 운동법을 들어봤다.

-운동할 때의 복장은.


보온이 중요하다. 실내외 기온차로 혈압이 오르고 말초혈관이 수축하기 때문에 고혈압, 당뇨병, 심장질환이 있으면 뇌졸중과 협심증 위험이 높아진다. 보온효과를 높이기 위해 상의는 얇은 옷을 네 겹 이상 껴입는다. 땀 흡수가 잘되는 내의, 탄력성 있는 셔츠 두 벌, 방수가 되고 통풍이 안 되는 외투가 기본이다. 하의는 기본만 갖추면 된다. 귀마개와 장갑도 착용한다.

-준비운동은 어떻게 하는 것이 좋나.


겨울에는 근육이 경직돼 부상 위험이 높다. 다른 계절보다 준비운동 시간을 두 배로 늘려 20분 정도한다. 우선 신체를 쭉 늘리는 스트레칭을 한 뒤 목·어깨·허리·무릎·발목 관절을 앞뒤 좌우로 돌리는 체조로 몸을 푼다. 이후 10분 정도 천천히 주위를 돌아 몸에 열을 내고 본격적인 운동을 시작한다. 운동이 끝난 후엔 정리운동을 10~20분 한다.

-운동량과 강도는 어느 정도가 적당한가.


겨울 운동 때 기억해야 할 점은 운동 ‘강도’와 ‘시간’이다. 운동은 1분간 ‘최대 심박수(220에서 자신의 나이를 뺀 수치)’의 60~85% 강도로 30분 정도 하는 게 적당하다. 하지만 겨울에는 강도를 15% 정도 줄이고, 대신 운동시간을 약 20분 늘린다.

-운동할 때 수분과 영양 섭취는 어떻게 하나.


겨울에는 체온 유지를 위해 다른 계절보다 10~20%의 에너지를 더 필요로 한다. 그 때문에 수분과 에너지원인 당분(포도당), 탄수화물의 공급을 늘려야 한다. 운동 한두 시간 전에 250~500㏄의 물을 보충하고 30분 전에 조금 더 마신다. 운동 중에는 갈증이 없어도 30분에서 1시간마다 물을 보충한다. 운동이 끝난 후에는 근육이 소비한 에너지원인 글루코겐을 복원하기 위해 바나나, 과일주스, 이온음료로 탄수화물을 섭취한다.

-혹한에도 바깥 운동을 고집하는 사람들이 있다.


극도로 추운 날에는 실내운동으로 전환하는 ‘크로스 트레이닝’이 좋다. 트레드밀(러닝머신), 수영, 근육운동 등이다. 실내운동은 유산소운동에 근육운동을 추가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일주일에 유산소운동 3회, 근력운동 2회가 이상적이다.

-만성 질환자가 실외운동을 하는 것은 괜찮나.


고혈압 환자는 새벽과 아침 운동을 피하는 것이 좋다. 보통 기상했을 때 혈압이 상승한다. 고혈압 약을 복용한다면 운동강도를 최대 심박 수치 기준으로 해서는 안 된다. 찬 공기에 민감한 천식환자는 새벽운동을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낮에 운동할 때도 마스크를 착용해 호흡기에 습도를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당뇨병 환자는 발에 상처가 생기면 낫지 않는 당뇨발이 생길 수 있다. 부드러운 신발과 면양말을 신고 운동 전 발의 상처를 살펴야 한다. 퇴행성 관절염 환자는 찬 공기에 노출되면 통증이 심해진다. 보온과 준비운동을 두 배로 하면 많이 좋아진다. 노인들은 여러 사람이 있는 곳에서 운동해야 응급상황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올해부터 운동을 하기로 마음먹은 사람의 운동 요령은.


처음에는 운동강도를 최대 심박수의 50%로 시작한다. 가볍게 걷는 수준이다. 2주 간격으로 운동강도를 5%씩 올린다. 3개월에 걸쳐 몸을 만든 뒤 최대 심박수의 80% 수준으로 끌어올린다.

 

 

                                                       <자료 : 중앙SUNDAY(황운하 기자)>